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쪽은 안 대표다. 그의 운명은 9일 진행된 당원 36만여명과 유효표본 1000명(새누리당 지지자 제외)의 결정에 달렸다. 한때 대표직을 거는 것도 고민할 정도로 이번 조사가 미칠 파장은 크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기자단 오찬에서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 받아들여 지방선거에 최선을 다해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1년 반 하면서 깨달았던 두 가지는 정치는 참는 거고 국민은 결과를 보는 게 아니라 과정을 보는구나라는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먼저 무공천이 관철될 경우 안 대표는 당원과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지방선거를 주도하는 등 향후 당내 세력 규합에 탄력이 예상된다. 무공천에 따른 선거 책임론의 짐도 한결 덜어낼 수 있다. 다만 당원투표에서는 공천의견이 우세했지만 여론조사로 결과가 뒤집힐 경우 당내 불만은 내재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안·김 대표에 대한 당내 불신이 도리어 거세질 수 있다.
공천으로 결론이 매듭지어질 경우 안 대표는 치명타를 입는 게 불가피하다. 국민과의 약속 지킴을 새정치의 기본으로 설정했던 자신의 이미지가 희석되는 것은 물론 무공천 재검토 논란의 불을 지핀 친노 진영 대표 격인 문 의원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자신의 거취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제는 여론조사뿐 아니라 당원투표에서도 공천을 하자는 쪽이 나오면 안 대표는 친노와의 역학구도에서 밀리는 것뿐 아니라 허수아비 대표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안 대표의 말 바꾸기 논란은 여진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고비마다 입장을 바꿔 한 발짝 물러서면서 그의 자산인 신뢰에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투톱체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무공천을 고리로 통합을 주도한 만큼 안 대표의 운명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 신 교수는 “타격을 받더라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신당이 출범한 직후 무공천 문제는 안 대표가 주도했다.
문 의원은 플러스 혜택을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무공천 재검토 논란은 문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구주류 강경파와 신주류의 정면대결로 전개됐다. 꿈쩍하지 않던 안 대표로부터 재검토를 이끌어 내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당 관계자는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진영을 배제한 상황에서 당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두 대표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록 무공천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구주류의 당내 장악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문 의원으로서는 큰 손해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공천으로 매듭을 짓게 될 경우 김한길-안철수 투톱체제가 흔들리면서 문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구주류의 구심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천 문제는 1라운드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조기전당대회 문제가 불거지는 등 계파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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