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때부터 수학을 무척 어려워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수학 성적이 잘 안 나왔죠. 1학년 수학 내신이 6등급이었으니까요.”
평균 이하의 수학 성적표를 받아들고 그가 향한 곳은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였다. 그러나 학원가에도 엄연히 서열이 있었다.
“처음에는 제 실력으로 갈 만한 곳이 없었어요. 유명하다고 하는 학원들은 그래도 상위권 정도는 돼야 받아줬거든요.”
강씨는 1년 반 동안 작은 보습학원에 다니며 수학에 올인했다. 주중에는 아예 다른 과목을 미뤄둔 채 수학만 공부했고, 방학 때는 아침 일찍 학원에 가서 밤에 학원 문을 잠그고 나오는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2학년 2학기가 돼도 수학 성적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초조해진 강씨는 문제풀이를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학원으로 옮겼다. 소문대로 학습량이 어마어마했다. 숙제는 기본 5시간, 많을 때는 10시간을 꼼짝 않고 앉아서 풀어야 겨우 마칠 수 있을 정도였다.
강씨는 “학원에서 거창한 문제풀이 기술이나 암기법을 배운 것은 아니지만 학습량을 늘리기 위해 학원에 다녔다”며 “수학이라는 과목이 워낙 많은 문제풀이를 요구하니까 학문적인 관심보다는 부담을 먼저 갖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씨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거쳐 2학년 2학기 말 드디어 꿈에 그리던 수학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 뒤로도 학원을 그만둘 수 없었다. 원래 수학 성적이 좋지 않아 언제든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오히려 친구들과 함께 이름난 곳을 찾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옮겨다녔다. 한두 문제를 풀고 못 풀고 차이로 등급이 나뉘고, 진학하는 대학이 갈리는 최상위권 경쟁에서 강씨도 ‘1점’을 위해 사교육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강씨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결과가 좋았을지, 아니면 더 나빴을지는 모르겠다”며 “다만, 학원에 안 다녀도 되겠다는 확신이 없어 학원 수업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성취도 1위, 흥미도는 꼴찌’인 우리나라 수학 교육에 대한 강씨의 생각을 물었다. “저도 수학을 굉장히 못했던 시절에는 ‘이걸 왜 배우나’ 생각했어요. 막막하고 회의감도 들었죠. 하지만 성적이 올라가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정답을 맞히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성적이 어느 정도 나와야 비로소 흥미를 가질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흥미마저 ‘승자의 특권’이 돼버린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현실에 대한 일침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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