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정수기필터, 미네랄까지 걸러… 수돗물이 더 몸에 좋고 안전

관련이슈 '녹색별' 지구를 살리자

입력 : 2014-03-20 06:00:00 수정 : 2014-03-20 06:0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녹색별' 지구를 살리자] ④ 좋은 먹는 물 고르기
정수기 한컵 위해 3∼4컵 버려… 물낭비 주범 찍혀
“어머, 정우 축구 데려가야 하는데 시간이 이렇게 됐네.” 급히 나가며 아들을 위해 500㎖짜리 생수 한 병을 챙겼다. 아이들이 축구클럽에서 운동하는 동안 ‘맘’들은 인근 카페에 모였다. 수다를 떨던 A가 종업원을 불러 세웠다. “물맛이 이상한데, 이거 무슨 물이에요?” A가 눈을 흘기자 종업원이 펄쩍 뛴다. “저희는 정수기 물만 써요.” “그럼 정수기 관리 제대로 안 했나 보네∼.”

잠깐의 설전에 이어 ‘먹는 물’로 화제가 옮겨갔다. B가 “시어머니가 새벽마다 약수를 떠 와서 우린 그거 먹어요”라며 울상을 지었다. 엄마들이 아직도 약수를 먹냐며 깔깔댔다. 좀 산다는 A가 가방 속에서 외국산 먹는샘물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난 이 물로 우리 애 분유 타서 먹였고, 커피도 이것으로 타야 맛있더라.”

그때 C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전 그냥 수돗물로 음식 해요. 수돗물도 안전하다던데….” 말도 안 된다며 비난이 쏟아지자 C는 말꼬리를 흐렸다.

나날이 환경오염은 심각해지고 물은 부족해지고 있다. 물 위기의 시대에 좋은 물을 먹는 것이 복잡한 일이 돼 버렸다. 정부의 정책과 개인의 경제적 능력, 과학의 발전, 이제는 물을 바라보는 철학까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좋은 먹는 물은 어떤 것일까.

◆안전한 물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한 수돗물 만족도 조사 결과 수돗물을 식수로 마시지 않는 이유로 응답자 58.9%가 ‘물탱크·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거나 상수원이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해 여전히 안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컸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한 정수기물도 최근 녹색소비자연대 등에서 조사한 결과 49.2%에서 수질기준을 초과한 일반세균이 검출했다. 정수기업체인 코웨이는 “일반세균이 유해성을 가진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잔류염소 처리문제가 논란이 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박주현 연구관은 “정수기물은 필터로 잔류염소를 제거해서, 먹는샘물은 염소 소독이 금지돼 있어 일반세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미량의 염소는 수인성 전염병으로부터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벽이라는 설명이다. 먹는샘물과 관련한 안전성 문제도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먹는샘물 병을 직사광선에 방치할 경우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강한 물

건강한 물의 항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칼슘과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다. 예로부터 소문난 약수에는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먹는샘물은 암반대수층이나 빙하 퇴적층 등을 통과하며 천연미네랄이 녹아든 건강한 물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수자원공사가 2012년 미네랄 함량을 비교한 결과 외국산 먹는샘물 1종과 해양심층수인 국내산 먹는샘물 1종보다는 수돗물의 칼륨과 마그네슘 함량이 낮았지만 그 외 국내 먹는샘물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네랄을 논할 때 정수기물은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대부분의 정수기업체가 사용하는 역삼투압 방식은 미네랄을 모두 걸러내 증류수라는 얘기까지 듣는다. 이에 대해 정수기업체인 청호나이스는 “먹는샘물로 멸치 한 마리에 있는 칼슘 1g을 섭취하려면 400ℓ를 마셔야 하기 때문에 식품으로 미네랄을 섭취하는 게 더 낫다”고 반박했다.

◆맛있는 물

맛있는 물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다. 유럽인들은 물속에 미네랄이 많이 든 센물을 선호하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적게 든 연수를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삼다수에는 광물질이 적당량 함유돼 물맛이 산뜻하다”며 “커피나 찻물을 끓일 때 사용하면 맛이 더욱 좋아진다”고 홍보한다. 반면 청호나이스는 “일반적으로 미네랄이 적게 포함돼야 물맛이 좋다”고 설명한다.

수돗물이 맛없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소독·조류 냄새 때문이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2월에 실시한 블라인드(어떤 물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맛을 평가하는) 설문조사에서 참가자의 46%가 수돗물을 가장 맛있는 물로 골랐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먹는샘물 23%, 국외 먹는샘물 17%, 정수기물 14%의 순이었다. 맛에는 온도도 영향을 미친다. 8∼12도가 가장 맛있는 물의 온도라고 한다. 수자원공사는 수돗물을 2시간 정도 냉장한 뒤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경제적인 물

최근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는 4인 가족이 주 식수로 사용할 때 수돗물은 월평균 32원이 들지만 정수기는 2만1881원, 먹는샘물은 1만1825원으로 각각 수돗물 비용의 680배, 367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기를 많이 먹는 대표적인 가전제품이 냉온정수기다. 지난해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용량이 3ℓ인 정수기가 900ℓ짜리 대형냉장고보다 전기소비가 1.7배 많았다. 전원을 꺼도 정수기능은 작동하기 때문에 전국에 보급된 정수기 682만대의 전원을 미사용 시 끈다면 고리1호기 발전량의 58%를 절약할 수 있다.

정수기는 물 낭비의 주범으로 꼽힌다.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역삼투압 정수기에서 한 컵의 물을 정수하기 위해 3∼4컵의 물이 버려진다.

◆환경친화적인 물

먹는샘물의 페트병이 가장 문제가 된다. 2011년 먹는샘물 판매량이 500㎖로만 소비됐다고 할 때 70억 개나 된다. 탄소배출량(생산·운반·사용·폐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보면 수돗물은 1㎥당 247g, 먹는샘물(500㎖ 기준)은 20만3034g으로 1000배나 차이가 난다. 수돗물을 마시면 500㎖짜리 먹는샘물을 마시는 것보다 1년간 소나무 51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환경적인 효과가 있다. 정수기도 수돗물의 1500∼2100배의 탄소를 내뿜는다.

지하수 고갈도 제기되는 문제다. 먹는샘물을 제조·수입하는 업체가 100곳이 넘었고,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지만 정작 원수확보를 못해 상당수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콘크리트로 덧씌워진 곳이 많아 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해 지하수 조성이 부진한 데다 업체들이 지하수를 너무 많이 뽑아냈기 때문이다.

◆공공재 수돗물

먹는 물 전문가들은 지불 능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식수를 마실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가 수돗물 관리를 위해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도 나만 좋은 물을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노력해야 할 시대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연구교수는 “멀쩡한 아이를 모든 사람들이 못난이로 대하면 피그말리온 효과로 진짜 못난 사람이 돼 버린다”면서 “대체재와의 비교에서 수돗물이 경제, 환경, 건강 측면에서 모두 가치가 크기 때문에 이제는 철저한 관리와 미래 시설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후화된 상수관의 손질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수도관 총연장 중 설치 후 21년 이상 지난 관은 전체의 23.4%인 4만1947㎞나 된다.

또한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의 저수조와 옥내배관의 수질오염을 막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최승일 고려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최근 번성하는 녹조로 냄새나 맛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원수관리와 정수시설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