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검색 곳곳서 구멍 드러나
“블랙박스 시스템 개선” 지적도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에 도난 여권을 사용한 탑승객이 다수 발견되면서 허술한 항공보안이 도마에 올랐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공항에서 검색만 제대로 했더라도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동체 내 블랙박스를 찾기 전에는 항공사고 원인을 절대로 규명할 수 없는 현행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인과 오스트리아인 이름으로 된 도난 여권은 인터폴 도난·분실 여권 데이터베이스(DB)에 1∼2년 전 저장돼 있던 것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이 도난 여권을 이용해 제약 없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을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꼬집었다.
인터폴 DB에 있는 도난·분실 여권 정보는 4000만건에 달한다. 인터폴은 지난해 DB 대조 건수가 8억건이며, 이보다 더 많은 10억명 이상이 대조를 거치지 않고 국제선에 탑승했다면서, 이는 10명 중 4명꼴로 여권 도난·분실 조회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테러 용의자 외에도 밀입국자나 마약 운반자 등 도난·분실 여권 이용자들이 늘고 있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여권 위·변조도 정밀해져 DB 검색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9·11테러나 7·7런던테러를 겪은 미국이나 영국 등 일부 서방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인력 부족이나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검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로널드 노블 인터폴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각국은 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번 같은 비극이 오길 기다리고 있느냐”며 비판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항공기 사고 발생 시 즉각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신기술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데이터 자동직접 전송’ 시스템이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위성을 이용해 어떤 상황에서든 중요한 항공 안전정보를 지상으로 전송하는 것이다. 승객들에게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항공기와 위성 및 지상 시스템 간 연결성이 강화되고 있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 요구는 2009년 에어프랑스기가 거의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항공사들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비용 문제 등으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고기 실종 원인이 미궁에 빠지게 될 경우 새 시스템 도입 요구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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