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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간첩혐의’ 공무원 유우성 아리송한 정체

입력 : 2014-03-04 06:00:00 수정 : 2014-03-04 1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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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착 숨긴채 영국서 망명 시도
탈북자 ‘조광일’로 신분 위장… 英서 난민 혜택 생활비 받아
사실상 7개월 동안 이중 생활… 수사기관 추적 피하기용 의심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인 유우성(34)씨가 2008년 영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유씨는 본인을 탈북자로 소개했고,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제3의 이름’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망명 시도는 정치적 문제와 밀접하다는 점에서 유씨의 망명 신청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유씨는 2008년 1∼7월 어학연수 명목으로 영국을 다녀왔다. 당시 유씨는 탈북자로 인정받아 이미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던 때였다. 유씨의 이런 행적은 재판 과정에서 일부 드러났다.

하지만 세계일보 취재 결과 유씨는 출국 후 단순히 어학연수를 했던 게 아니라 영국 정부에 망명 신청을 하는 등 한국을 벗어나려 했던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당시 유씨는 영국 정부에 자신을 탈북자로 소개했고, 자신의 이름을 ‘조광일’로 속여 망명 신청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유씨는 ‘유가강’, ‘유광일’이라는 이름을 번갈아 사용했는데, 조광일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것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씨의 망명 신청은 시기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사건을 기소한 검찰은 유씨가 이 무렵 북한의 지령에 따라 탈북자 정보를 왕성히 수집하던 때로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유씨의 의심스러운 활동과 영국 망명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지 검찰이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꼬리따기’(미행 따돌리기)를 시도했을 가능성 혹은 북한 스파이 활동에 염증을 느껴 제3국 망명을 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유씨가 탈북 망명자에게 주는 학비 혜택 등 단순 목적으로 영국에 위장 망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씨의 영국 망명 시도에 대해 변호인 측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유씨는 망명을 신청한 이후 영국 정부로부터 난민자 카드를 발급받았고, 영국은 우리 돈 7만원가량의 생활 지원금을 매주 유씨에게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영국에서 생활지원금을 받을 당시 우리 정부도 유씨에게 탈북자 생계지원비로 매달 38만원가량의 돈을 지급했었다. 결과적으로 유씨는 같은 시기 2개의 나라에서 2개의 이름으로 최소 7개월가량 ‘이중생활’을 한 셈이다. 유씨가 한국에서 생계비를 지급받을 때 한국에서 사용한 이름은 유광일이다. 현재 유씨가 사용하고 있는 이름 ‘유우성’은 2010년 개명 신청을 통해 얻었다.

유씨의 망명 신청을 영국 정부가 당시 받아들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유씨가 망명을 시도했던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탈북 망명자들에게 관대했던 탓에 위장 망명자가 많았고, 이로 인해 2000년대 후반부터는 신원 확인 절차가 상당히 엄격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박현준·조성호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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