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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어학·자격증 따기 막바지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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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22 06:00:00 수정 : 2014-02-23 13: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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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국가고시·기업공채 줄줄이 2014년 취업시즌이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있다. 3월 8일 행정고시와 외무고시로 불리는 5급 공무원 시험과 외교관 시험을 시작으로 4월 19일 9급 공무원 시험, 7월 26일 7급 공무원 시험 등 국가고시가 줄줄이 이어진다.

삼성그룹과 두산그룹, SK그룹, CJ그룹 등 대기업 취업시험도 시작된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등이 몰려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과 종로구 학원가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고요함마저 느껴진다.

취업 관문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여전히 비좁다. 1월 청년실업률(15∼29세)이 8.7%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고용 규모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다. 공무원 시험과 기업체 채용 시험은 문제가 까다로운 데다 요구하는 것도 많고, 채용기준도 다양해 수험생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관문을 뚫기 위해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여전히 토익(TOEIC), 토플(TOEFL) 등과 같은 각종 자격증에 목을 맨다. 기업은 스펙을 보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각종 자격증 학원이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다.

◆취준생은 늘고, 취업문은 좁아지고

청년실업률이 4년 만에 가장 높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반면 청년취업률은 39.7%로 전년동기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다. 그만큼 취준생이 늘었다는 뜻이다.

반면 경기 불확실성과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대기업과 외국계, 금융권, 중소기업 등은 채용 규모를 축소하거나 채용 계획을 취소하고 있다. 취준생은 늘고 신규 채용사는 줄어들면서 취업시장은 그야말로 ‘무한경쟁’ 상태다.

각종 취업 관련 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노량진과 종로 일대는 취준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어학원에서 토익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박모(31)씨는 “3월부터 시작되는 공무원과 대기업 시험에 대비해 이달 말 치르는 토익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며 “최소 900점은 넘겨야 안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학원 외에 자격증 학원으로도 취준생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기업 인사담당자 9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87%가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이 입사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자격증이 취업시장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격증 관련 학원 중에는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컴퓨터 학원에 취준생이 몰린다. 서울 신촌의 한 컴퓨터 학원에 다니고 있는 장모(30·여)씨는 “사실 자격증이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원에 등록했다”고 전했다.

취업 준비생들이 2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한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이재문 기자
◆어학 고득점·자격증은 필수… 최근에는 자기소개서도 ‘스터디’


자격증과 어학능력 등 이른바 ‘스펙’보다 자기소개서에 집중하겠다는 취준생들도 눈에 띈다. 삼성그룹이 채용에서 서류전형을 부활시키고, 2000년 초부터 SK그룹과 현대기아차 그룹 등이 ‘열린채용’의 일환으로 자기소개서 중심의 서류전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취준생들은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서로 자기소개서를 돌려보면서 잘된 것은 벤치마킹하고 잘못된 것은 보완하고 있다.

스터디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김모(26·여)씨는 “요즘 작성하고 있는 자기소개서는 지난해부터 30여번 손을 본 것” 이라며 “친구들과 함께 맞춰보며 어느 부분을 보강할지 논의하기도 하고, 함께 가상면접도 연출해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시장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는 삼성그룹이 도입했다 보류한 ‘총장추천제’다. 취준생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에서는 “원래 알음알음 하던 것을 공개적으로 시도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취업 스터디모임을 하고 있는 김모(27)씨는 “큰 기업 마음대로 대학을 줄세우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모(25·여)씨는 “학생들 사이에는 대학에서 기업에 밀어주는 학생이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며 “대학마다 인원을 할당하는 것은 다소 불쾌하지만 방식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공무원 채용규모는 소폭 상승… 분위기는 글쎄?

기업의 취업문은 좁아진 반면 공무원시험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여전히 경쟁률이 높지만 채용 인원이 소폭 늘어나면서 지난해보다 숨통이 트였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올해 9급 공채 필기시험은 지난해보다 3개월 이른 4월19일 전국 17개 시·도 240여개 시험장에서 실시된다.

총 3000명 선발에 응시원서를 낸 사람은 19만3840명으로 집계됐다. 선발인원이 지난해보다 262명 늘었지만 지원자는 1만858명 줄었다. 경쟁률은 64.6대1로 지난해 74.8대1보다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떨어진 것에 대해 “지난해 변화한 9급 공무원 시험에 따라 고졸 지원자들이 늘어난 바 있다”며 “시험 합격이 어렵다는 것을 느껴 올해 이 지원자들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자들은 “채용 인원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아니라 체감하기 쉽지 않다”며 “올해도 힘든 시험이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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