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서명 거쳐 7월부터 발효
워싱턴과 인접… 파급효과 클듯, 정부 “재미동포 노력 높이 평가” 6일(현지시간) 오후 1시13분 미국 버지니아주 주도인 리치먼드 주의회 의사당. 100석 가까운 방청석을 채운 재미동포들의 눈이 일제히 전광판으로 쏠렸다.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찬성 81, 반대 15’. 자리가 없어 대기실에서 모니터로 지켜보던 한인 100여명도 일제히 환호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미국 지도에 일본해(Sea of Japan)와 함께 동해(East Sea)가 표기되도록 하려는 노력은 수년 전부터 이어졌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한인사회는 힘이 약했고 자신감도 부족했다. 이날 결과에 한인들 스스로도 놀랐다. 일본 측이 조직적으로 벌인 법안 통과 저지 로비를 꺾은 쾌거인 까닭이다.
버지니아주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동해 병기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1표, 반대 15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데이브 마스덴 상원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한 뒤 상원 교육보건위 공립교육소위(1월13일)→ 상원 교육보건위(16일)→ 상원 전체회의(23일)에 이어 하원 교육위 초·중등교육소위(30일)→ 하원 교육위(2월3일)→ 하원 전체회의 6개 관문을 모두 통과한 것이다.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의 서명 절차가 남았으나 이미 서명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가 서명하면 법안은 7월1일 발효해 미국의 새 학기가 시작되는 2015학년도부터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가 함께 오르고 학생들도 동해라는 이름을 배우게 된다.
이번 법안은 수도 워싱턴 인근 주에서 이뤄진 것이라 상징성이 더욱 크다. 미국 50개주 중 1개 주의 교과서 표기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방정부의 일본해 단독표기 원칙을 무너뜨린 첫걸음이다. 다른 주에서도 정치권에 동해 병기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재외동포 노력으로 워싱턴과 인접한 메릴랜드주에서는 교육청 자체적으로 교과서에 동해를 병기하는 작업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이주 111주년을 맞은 재미동포들이 풀뿌리 유권자 힘으로 미 주류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점이 큰 성과다. 자동차로 2시간가량 떨어진 애넌데일에서 온 윤용숙(78·여)씨는 “한인사회 힘을 보여줬다. 미국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찾고 고국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저지하려는 일본 측 방해 공작은 치열했다. 일본 측은 지난해 말 계약한 로비회사를 통해 조직적인 법안저지활동을 벌였다. 지난달 22일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가 매컬리프 주지사를 찾아 직접 로비했다. 사사에 대사는 주지사 측에 양국 경제관계 손상을 거론하는 서한까지 보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동해 병기 법안 통과를 환영한다”며 “버지니아주 의회의 움직임은 미국 내 우리 동포들의 동해 표기 확산 노력에 따른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리치먼드=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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