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하원에서 동해 병기 법안이 통과된 직후 ‘미주한인의 목소리’(VoKA) 피터 김 회장에게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한·일의 문제를 왜 미국에서 거론하느냐는 뜻이었다.
김 회장은 “나는 한국 출신의 1.5세대 미국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온 뒤 미 공군에서 근무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 아이들에게 동해 이름을 물어봤다가 학교에서 일본해라고 배웠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동해 병기 운동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기까지 김 회장 역할이 가장 컸다는 걸 부인하는 재미동포는 없다.
―소감을 말해 달라.
“미주 한인 이민 111년 역사에서 한인의 현안을 담은 법안이 주 의회 상·하원에서 동시에 제출돼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된 건 처음이다. 한인 이민사의 새 장을 연 셈이다. 이번 법안 통과로 애국가에도 나오는 동해를 미국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넣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주류 사회나 다른 민족들에게 한인이 하나로 단합하는 힘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동해 병기 운동을 벌이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처음 교육 관계자를 만나거나 의원을 면담했을 때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동해 자체를 몰랐다. 이들에게 동해를 알리고 한인들을 운동에 동참하도록 설명·설득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하지만 교육청 관계자 한 명, 하원의원 한 명, 상원의원 한 명 이런 식으로 계속 설득해 왔다.”
―테리 매컬리프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보는지.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지사 참모와 얘기했는데 서명할 것이라고 하더라. 상원에서 찬성 31표, 반대 4표, 하원에서 찬성 81표, 반대 15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법안이 처리됐다. 주지사가 거부해도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찬성으로 통과시키면 거부권 자체가 무효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주지사로서는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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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병기 법안이 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주의회 하원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직후 법안을 발의한 티머시 휴고 의원(가운데)과 동해 병기 운동을 주도한 피터 김 ‘미주한인의 목소리’ 회장(왼쪽 두 번째), 한국계 마크 김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오른쪽 두 번째) 등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리치먼드=박희준 특파원 |
“법안이 하원 소위를 통과하고 나서 여야 지도부가 공동발의자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세가 기울었다’는 생각을 했다. 법안을 공동발의한다는 건 ‘이 법안은 내 법안’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동해 병기 운동을 다른 주로 확산할 계획은.
“다른 주까지 하려면 물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렵다. 앞으로 교과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물론 다른 지역 한인들이 이 운동을 벌인다면 그동안 경험과 자료, 정보, 노하우를 제공하고 조언하겠다.”
―워싱턴 주변 다른 지역 상황은.
“메릴랜드주 5개 교육청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가르치도록 하는 교사 지침서가 내려갔다. 주 의회 차원에서 따로 뭘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출판사들도 알아서 바꾸고 있다. 이미 60% 이상이 (일본해 단독 표기에서 동해 병기로) 바뀌었다. 법으로 규정한 것과 같은 효과다. 미국에서는 의회가 아니더라도 교육부나 교육위원회, 출판사를 찾아가 시민의 목소리를 내면 반드시 들어준다.”
리치먼드=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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