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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문학평론)] “다소 진부한 명제에도 따스한 울림 커”

입력 : 2014-01-01 20:56:30 수정 : 2014-01-01 20: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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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 김주연 문학평론가 많은 유수한 평론가들을 배출한 세계일보 신춘문예는 올해의 신예 평론가로 장은영씨를 선정, 소개한다. 그의 평문 『버스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 심보선의 시세계』는 무엇보다 품위 있는 재미를 지니고 있으며, 오늘의 시단을 휩쓸고 있는 이른바 ‘해체’ 혹은 ‘해체된 주체’의 본질과 그 한계를 평이하면서도 날카롭게 분석한다. 특히 심보선의 시적 주체가 실재를 상실한 주체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울음소리를 감각으로 체험할 수 있으므로 ‘나’를 부정하거나 해체해 버리지 않는다”는 인식은 주목된다. 아울러 장씨가 발견하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나’와 ‘너’의 사랑 그 공동체의식의 강조는, 다소 진부해 보이는 명제임에도 불구하고 따스한 울림으로 평문 전체를 적시고 있다. 심보선론을 통하여 냉소와 허무 대신, 영혼, 희망을 찾아낸 장씨의 형안이 우리 비평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한다.

심보선론은 여러 편의 좋은 평문들을 아깝게 밀어내었다. 36편의 응모작들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작품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진화불능자들, 여인들은 왜 진화하지 못하는가 - 김숨론』(이은철), 『코기토에서 이방인으로 - 은희경론』(차선일), 『기억과 인터뷰 - 김영하론』(장보미) 등은 매우 아쉽게 생각된다. 김숨론은 그 구조가 쉽지 않은 이 소설가에 대한 분석이 돋보이나, 한두 편의 작품을 다루어서는 설득력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은희경론도 ‘자아분리의 연기술’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갖고 소설론을 전개하는 모습이 흥미로우나 이 글 역시 작가의 작품 전반에 대한 폭넓은 섭렵의 결핍이 치명적인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김영하론도 논리전개와 문체가 스피디하고 단정하지만, 이 소설가에게 이미 주어진 해석의 두께를 벗기고 새로움을 입히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불필요한 현학의 분위기나 학교 논문 스타일의 응모작들이 많이 줄어들고, 보다 진지한 평문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날렵한 문장놀이를 뛰어넘어 삶과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은 문학비평을 성숙시킨다.

김주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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