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학교 왕따 피해자 58% “직장서도 따돌림”

입력 : 2013-12-12 08:31:27 수정 : 2013-12-12 09:13:0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가해 36% “커서도 따돌려 봤다”
적절한 치유·처벌없어 이어져
자녀에 대물림될 수 있어 심각
20대 직장인 A(여)씨는 모르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모습만 봐도 ‘지금 내 욕하나, 내가 지금 뭔가 이상한가’라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5∼6학년과 고등학교 3년 내내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는 A씨는 성인이 된 지금도 남을 믿지 못하고 대인기피증 증세를 보여 직장생활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식사 시간에도 혼자 죽만 먹는 일이 다반사다. A씨는 “3년간의 직장 생활 중에 2년7개월간 따돌림을 당했다”고 말한다.

A씨처럼 학교 따돌림 피해자 10명 중 6명 정도는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겪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따돌림 가해자 10명 중 약 4명은 사회에 진출해서도 직장 동료를 따돌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이 직장인 1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분석한 ‘학교 따돌림과 직장 따돌림의 연관성’에 따르면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57.9%가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학교 따돌림 피해자가 직장 따돌림 가해자가 될 가능성은 7.9%로 매우 낮았다.

따돌림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와 목격자(방관자)도 성인이 돼 가해자, 목격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스스로 학창시절 따돌림 가해자였다고 응답한 이의 36.4%는 직장에서도 누군가를 따돌린 적이 있다고 답했고, 학교 따돌림 목격자는 직장에서도 따돌림을 목격할 확률(33.3%)이 높았다.

특히 학교 따돌림 피해자가 사회에 진출해 가해자가 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과 달리 학교 따돌림 가해자가 나중에 직장 따돌림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27.3%로 비교적 높았다.

따돌림의 경험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서유정 박사는 “학교에서 따돌림에 대한 적절한 치유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학교 따돌림 피해 경험자는 심리적·신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성인이 될 경우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해 다시 따돌림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학교 따돌림 가해자도 처벌이나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학창시절을 보낸 경우 인간관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으로 직장에서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에는 직장에 따돌림방지조언사를 고용해야 한다는 법적 규정을 둔 나라가 많지만,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따돌림에 관한 보호·처벌 규정이 전혀 없다. 지난 9월30일 한정애 의원(민주당)이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직장 왕따 방지법’)을 대표발의한 게 전부다.

따돌림 문제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본인의 경험이 자녀에게도 대물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 참여자 중에는 아버지나 자녀가 따돌림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7∼8개월간 왕따를 당한 30대 직장인 B씨는 아버지가 노조 활동을 하다 동료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었고, 3년 넘게 직장 따돌림을 당하다 결국 퇴사한 C씨는 뒤늦게 초등학생인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 박사는 “따돌림의 경험은 학창시절과 직장은 물론 2세에게도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따돌림은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학교와 직장 양쪽에서 전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