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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증가율이 소득 앞질러…빚 폭탄 뇌관 불붙나

입력 : 2013-10-18 19:23:06 수정 : 2013-10-19 1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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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 더 커져…과다채무 자영업자도 부실 위험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등 우려
한국 가계부채는 양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문제가 심각하다. 우선 소득 증가에 비해 부채 증가속도가 훨씬 빠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상환능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대출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 3개 이상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 비중이 큰 수준을 유지하는 점도 위험한 대목이다. 여기에 임금근로자에 비해 부채의 양과 질에서 훨씬 취약한 자영업자도 부실화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약한 고리’가 가계부채의 폭발 위험성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가스폭발 시 용기의 가장 약한 부분이 뚫어져 터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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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에 비해 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4%로 훨씬 낮았다. ‘소득보다 빠른 부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이 진행된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선 이런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2012년을 보면 GDP 증가율은 1분기 4.5%, 2분기 3.7%, 3분기 2.6%, 4분기 1.5%로 성장 폭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부채증가율은 1분기 7.1%, 2분기 5.9%, 3분기 5.6%, 4분기 5.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는 점은 안정적 거시경제 운영의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채무상환 부담 누증이 가계소비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중 비은행 가계대출 비중은 2009년 말 43.2%에서 점점 높아져 올 6월 말 49.2%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가계부채의 상환부담이 무거워진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7월 말 기준 은행이 4.3%인 데 비해 신협 5.8%, 상호저축은행 12.1%이며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체는 26.2%에 달한다. 비은행 대출 비중이 커질수록 가계가 갚아야 할 원리금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은행 가계대출 비중이 확대되는 것은 일종의 ‘풍선효과’로 볼 수 있다. 은행 리스크관리 강화로 대출이 엄격해지자 저소득·저신용층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한 것이다. 설훈 의원(민주당)은 이날 한은 국정감사에서 “2011년 말 대부업체 가계대출이 8조7000억원이며 등록 안 된 대부업체는 파악도 안 된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이들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부채규모가 크고 신용등급이 낮아 부실화 위험이 큰 집단이다. 가계부채 가운데 다중채무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2009년 말 28.4%, 2010년 29.0%, 2011년 29.9% 2012년 29.6%, 2013년 6월 말 29.1%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채무자 수 비중으로는 2009년 15.8%에서 지난 6월 말 16.5%로 높아졌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부채금액은 1억300만원으로 비다중채무자 5000만원의 2배다. 한은 관계자는 “다중채무자의 부실화는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자산 건전성을 동시에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말 자영업자 부채보유 비중은 41%에 달한다. 비중도 작지 않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지고 있는 부채의 질이다. 임금근로자와 비교할 때 자영업자의 빚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한은 통계를 보면 총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자영업자는 18.6%, 임금근로자는 17.4%이다. 부채 중 비은행 대출 비중도 임금근로자는 23.3%인데 자영업자는 26.7%로 더 높다. 그러니 부채상환 부담이 훨씬 크다. 소득에서 차지하는 원리금상환 비율(DSR)이 임금근로자는 11.7%인데 자영업자는 16.1%에 달한다.

과다부채 비중, 즉 소득 중 원리금상환 비율이 40%를 넘는 가구가 보유하는 부채 비중도 훨씬 크다. 임금근로자 38.3%, 자영업자 44.1%이다. 결론적으로 자영업자의 부채구조는 임금근로자보다 취약해 경제여건이 악화할 때 부실화할 위험이 훨씬 크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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