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단기 부실화 위험 낮아”
이한구 “선제적 대책 취했어야”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는 정책실패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7월 초 국회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상당수 의원이 그렇게 규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이명박정부 때 저금리·고환율 성장정책 기조로 가계부채도 계속 증가했다는 인식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금리인상 실기로 가계부채를 키웠다”며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몰아세운 적이 있다.
김 총재도 18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한구 의원(새누리당)이 “가계부채가 자칫하면 시스템리스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데 한은은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묻자 “성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책적 기조로 가계부채를 줄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미국은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을 통해 경제를 조정했는데 우린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한은에선 ‘내부 고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명박정부는 한국이 가장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랑했지만 사실은 부채를 늘려 위기를 뒤로 미룬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도 당시 강력한 정책으로 디레버리징을 했으면 지금 여유가 생겼을 텐데 이제 여지가 없다. 경제성장 동력의 한 축이 무너져버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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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가 가계부채 대책 등과 관련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이런 인식은 안이한 것이란 지적이 적잖다. 중산층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치우친 점을 감안할 때 4∼5분위 부채 분포나 LTV비율 현황이 안전판일 수 없다는 것이다. 둘 모두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경우 악화하거나 위험해지는 지표다. 이 의원은 이날 김 총재에게 가계부채 대책을 촉구하면서 “좀 선제적, 효과적 예방대책을 취했어야 하는데, (대응이) 굉장히 느리다”고 질타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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