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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유행·마케팅 기법 따라 늘렸다 줄였다… 소비자만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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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12 02:36:28 수정 : 2013-10-12 15: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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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퇴출된 ‘女 44·55·66’
‘한국 사이즈’로 아직도 통용돼
금지된 ‘inch’ 표기도 아직 사용
기성복은 기술발전이 낳은 편리함을 상징한다. 재봉틀 발명 등으로 의복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소비자들은 맞춤옷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옷을 손쉽게 사 입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성복은 ‘구입하기에는 편하지만 입기에는 다소 불편한 옷’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업체마다 제각각으로 사이즈를 표기해 소비자들의 선택에 혼란을 주고 있는 데다 유행과 사람들의 욕망에 따라 같은 치수의 옷이라도 실제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의 대중화로 입어보지 않고 옷을 사는 일이 늘면서 불편함은 더해가고 있다.


◆업체마다 다른 호칭의 범위… 없어진 표기법 아직 사용

의류 업계에서는 치수에 대한 KS규격을 맞게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캐주얼 브랜드 A업체와 B업체는 여성 스커트의 호칭을 허리둘레를 사용해 ‘67, 70, 73’ 등 3㎝ 간격으로 표시하고 있다. KS 규격에서 캐주얼 스커트는 5㎝ 간격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또 A업체의 67 사이즈는 실제 크기가 69㎝이고, B업체의 같은 사이즈는 67㎝로 2㎝ 차이가 난다.

문자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치수 범위가 제각각이다.

한 업체의 XL(엑스트라 라지) 사이즈가 또 다른 업체의 L(라지) 사이즈와 비슷한 경우가 허다하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면 ‘이 제품은 정사이즈보다 크게(작게) 나왔으니 참고하라’는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확한 치수도 표시하지 않고 F(프리) 사이즈라고 표시하는 경우도 많다.

없어진 표기법을 아직 사용하는 것 또한 문제다. 과거 허리 사이즈를 ‘28인치, 30인치, 32인치’ 등으로 표시하던 것의 영향을 받아 ‘28, 30, 32, 34’ 등 국적불명의 호칭을 제품에 붙인 업체가 많다. 캐주얼 브랜드 10곳을 선정해 바지 사이즈 표기법을 살펴본 결과 6곳이 이 같은 표기법을 사용했다. 인치(inch)는 2007년 7월부터 비법정단위 도량형 사용이 금지되면서 공식적으로 퇴출됐다.

여성복에 ‘44, 55, 66’ 등으로 치수를 매기는 것도 20여년 전에 없어졌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업체는 홈페이지의 여성복 사이즈 안내에 ‘한국사이즈’라고 해서 XS(엑스트라 스몰)가 44, S(스몰)가 55, M(미디엄)이 66, L이 77이라고 표시해 놓고 있다. 여성복은 셔츠, 원피스 등 옷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이런 식의 표기가 계속되고 있다. 

◆유행과 욕망 따라 변하는 사이즈, 안 입어보고 사면 낭패

옷 사이즈가 유행이나 사람들의 욕망을 반영해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것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긴다.

몸에 딱 맞는 옷이 인기를 끄는 최근 유행에 따라 업체에서는 각 사이즈의 실제 치수를 줄여 옷을 내놓고 있다. 같은 XL라도 과거와 지금이 다른 셈이다.

직장인 박모(30)씨는 1개 브랜드에서 산 바지만 입는다. 다른 브랜드의 옷은 너무 다리에 딱 달라붙기 때문이다. 박씨는 “허리사이즈에 맞게 바지를 골라 입어보면 종아리부터 들어가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들은 옷을 어떻게 입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업계의 ‘44 사이즈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욕망을 반영한 산물이다. 업체들은 날씬함을 선망하는 여성들을 겨냥해 과거 55 사이즈에 해당하는 제품을 44 사이즈라고 표기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원 이모(25·여)씨는 “최근 살이 조금 빠진 것 같아 44 사이즈 스키니진을 사왔는데 집에 와 보니 평소 입던 옷이랑 크기가 똑같았다”고 말했다.

사이즈 표기와 실제 크기가 다르다 보니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해 옷을 입어보지 않고 사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이씨는 “평소 입는 사이즈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못 입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 쇼핑몰 바지가 더 작게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KS규격 개정 나서…업계 따를지는 의문

정부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생산자에게 다양성을 제공하기 위해 KS 규격 개정안을 마련했다. 성인 남성복과 여성복 등 의류 관련 규격 12종이 대상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호칭 체계를 간편화한 것이다. 성인남녀 정장은 현재 ‘가슴둘레-허리둘레-키’ 순서로 3가지 치수를 나열하도록 돼 있으나 가슴둘레를 대표로 표시하는 것으로 바꿨다. 나머지 2개 항목은 선택 표기하도록 했다.

문자 호칭에 대한 범위도 명확하게 했다. 성인 남성복의 경우 M, L, XL만 있던 것을 가슴둘레에 대한 치수간격을 5㎝로 정해 3XS부터 3XL까지 9단계로 세분화했다.

여성복은 3XS부터 4XL까지 10단계로 나눴다. 또 3개 이상의 문자 호칭 구간을 포함하는 경우 F 사이즈 표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연말까지 결정될 예정이지만 업계가 잘 따를지는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관행에 소비자가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개정안을 따르는 업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태·권이선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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