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자금 606억 마련했지만 만기도래액 중 494억은 '구멍'
2013년말까지 1조1000억 '산넘어 산', "사재 출연 등 특단의 조치 필요"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는 동양그룹이 30일 ‘중대고비’를 맞는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1100억원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이 동양매직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를 시도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설령 이번 고비를 넘긴다 하더라도 5000억원에 가까운 CP의 만기가 도래하는 다음달이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9일 금융감독원과 동양그룹에 따르면 30일 만기가 도래하는 동양그룹 회사채는 905억원, CP는 195억원으로 총 11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일단 동양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중 606억원의 상환자금은 기존 회사채 발행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나머지 299억원과 CP 만기도래액 195억원 등 총 494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동양은 상환자금을 마련하고자 지난 26일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오리온이 지원 거부 의사를 밝히고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돼 청약을 진행해도 미달 사태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동양그룹은 급한대로 대출담보 등을 통해 단기자금을 마련해 하루하루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을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졌지만 이달 말 회사채와 CP 상환에 필요한 자금은 어떤 식으로든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동양은 우선 동양매직 매각을 통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곳이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날’이라는 점에서 두 계열사가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지 않는 이상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동양, 고비 넘겨도 ‘산넘어 산’
동양그룹이 1차 고비를 넘기더라도 다음달에는 대규모의 CP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10월 위기설’과 함께 2차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달 동양그룹의 CP 만기 도래액은 무려 48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11월 3000억원 규모의 CP 만기가 돌아오고 풋옵션 행사로 회사채 자금 620억원 가량도 필요하다. 첩첩산중으로 12월에 CP 1200억원, 회사채 700억원의 만기가 돌아와 연말까지 총 1조1000억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량 계열사 조기 매각’과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비협약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채권단을 구성해 워크아웃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애널리스트(공인회계사)는 “투자자를 상대로 한 회사채와 CP 차환발행의 길이 막힌 상태에서 은행 추가 자금 지원이나 전략적 투자자 영입, 자산 매각 등 방안이 성사돼야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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