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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하면서도 섬세한 발레 보여드릴게요”

입력 : 2013-08-13 21:53:49 수정 : 2013-08-13 21:5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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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 입단 2년 만에 수석 무용수 된 이동탁
유니버설발레단(UBC)은 홈페이지에 발레리노 이동탁(25)을 ‘마초남’으로 소개해놓았다. 시원한 생김새와 무대에서의 카리스마, 태국 무술 무에타이를 배운 전력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도 1시간쯤 자전거를 타고 온 듯한 차림새로 나타났다. 리허설 전 몸을 풀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올여름 그에게는 두 가지 좋은 소식이 있었다. ‘오네긴’의 주역으로 무대에 섯고, 코르드발레로 UBC에 입단한 지 2년 만에 수석 무용수로 초고속 승급했다. 그는 승급에 대해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제 자리를 지키면서 평소 하던 것보다 더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무대에서 주역 무용수라는 걸 증명해내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지난달 이동탁이 주역으로 공연한 발레 ‘오네긴’의 한 장면.
지난달 연기한 ‘오네긴’은 ‘라 바야데르’와 함께 그가 무용수로서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그는 만만치 않았던 이 작품에 대해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으며 몸과 마음, 춤이 성숙한 기간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생소한 동작이나 아직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내 몸과 오네긴이란 역할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어요.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아서 첫 공연 전날에는 잠을 1시간밖에 못 잤어요. (무대에서 실수가 있었던 건) 제가 아직 연륜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이동탁이 춤과 인연을 맺은 건 마이클 잭슨을 통해서였다. 7, 8살 즈음 그는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영상에 빠져들었다. 마이클 잭슨보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여자친구들이 다리 찢는 걸 보고는 발레학원에 따라갔다. 유연해지면 춤도 잘 추겠거니 하는 계산이었다. 그곳에서 무용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동영상을 봤다.

“‘돈키호테’의 바질 3막 솔로였어요. 점프도 엄청 잘하고 회전도 많이 도는 데 곧바로 매료됐어요.”

경북 포항에 사는 “사고도 많이 치고, 정말 투박한 시골소년”이었던 그가 발레에 발을 들인 순간이었다. 그는 발레를 배우기 위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방학이면 한달 동안 서울에 가서 살았다. 서울에서는 고시원에서 홀로 지냈다.

그는 “고시원에는 술 취한 아저씨들도 있고 무서웠다”며 “하루에 2시간30분쯤 레슨 받고 연습하는 시간만 기다렸는데,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학생 때 잠시 방황했다. 3학년 때 발레를 아예 쉬고 공업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했다.

“포항에서는 여건이 안 되니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고 제자리걸음이더라고요. 매일 똑같은 걸 반복하면서 지루해졌고, 사춘기가 오면서 친구들과 놀지 못하는 것도 싫었어요. 1년 정도 놀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마음속에서 발레를 뚝 하고 끊어버린 느낌은 아니었어요.”

그는 이런 경험 때문에 “나중에 유명해지고 제 위치가 자리 잡히면 시골 친구들에게 무료로 발레를 가르쳐주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발레리노 이동탁은 “발레는 아름다워야 하고, 아름다움에는 끝이 없다”며 “그렇기에 발레는 사람이 정복할 수 없는 분야인 것 같고 세계기록 같은 것이 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밝혔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돈키호테’로 발레와 처음 만난 그는 힘이 넘치고 격렬하며 시원한 춤을 지향한다. 이와 함께 섬세함을 갖추려 한다. “섬세한 무용수가 무대에서 절대 실수가 안 나오고 관객이 편하게 즐기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가 역할모델로 삼는 무용수는 두 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는 러시아의 데니스 마트비엔코를 좋아했다. UBC에 들어와서는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수석 무용수 로베르토 볼레에 눈이 갔다.

“마트비엔코는 기술적이고 남성미가 넘치고 파워풀한 춤을 구사하고, 볼레는 섬세하고 여성스러워요. 여성보다 더 여성스럽게 추는 무용수예요. 저에게는 정반대에 위치한 두 산인 거죠. 이 두 산을 보면서 각각의 장점을 이어받고 싶어요. 학생 때는 기교적으로 막 춰도 됐지만, 발레단에서는 성숙한 춤을 춰야 해서 볼레를 많이 봤어요.”

그는 “아직 해외 진출 생각이 없다”며 “남자 무용수가 한국에 있어야 후배들도 그를 보고 꿈을 갖고 따라오는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발레를 둘러싼 환경 중 아쉬운 점을 묻자 TV 중계가 적은 점을 꼽았다.

“TV 중계가 예술이 보편화되는 시작 단계라고 봐요. 발레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는데, 발레는 답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 단순해요. 자기가 느낀 그대로가 답이거든요. 오셔서 편하게 보면 되는데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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