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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되는 형집행정지'…대책마련 시급

입력 : 2013-07-14 11:14:10 수정 : 2013-07-14 11: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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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청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영남제분 회장의 전 부인 윤모씨가 건강악화 등의 이유로 40여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사실상 교도소 밖에서 살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형집행정지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형집행정지란 법원으로부터 징역, 금고, 구류 등 자유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교도소 등에 수감돼 있는 수형자에게 인도적 사유가 있을 때 그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형집행정지와 관련해 정치인, 경제인 등 사회 지도층에 대해 허용되는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형집행정지 후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재도개선에 대한 필요성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형 집행 정지자는 해마나 300여명에 달하고 있다.

14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형 집행 정지자는 2009년 359명, 2010년 303명, 2011년 330명, 2012년 290명 등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300여명이 형집행정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3월까지도 수형자 가운데 64명의 형이 정지돼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사유를 보면 임신·출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질병을 사유로 형 집행 정지를 신청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선진국들은 형집행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프랑스의 '형사소송법'은 재범의 우려가 현저한 경우를 제외하고 예후가 좋지 않은 병리학적 질병이 있거나 구금상태의 유지를 견뎌낼 만한 건강한 상태가 아닌 수형자에 대해 그 기간을 확정하지 않고 1회에 한해 집행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같은 형집행정지는 증상에 대해 2명의 다른 감정인의 의견이 일치되는 경우에만 명령할 수 있다. 형집행정지는 형벌적용판사가 검사, 형선고를 받은 자, 변호인, 교도행정기관의 장의 의견을 참작하고 의학 감정을 실시해 결정한다.

중죄의 형이 선고된 자에 대해 형 집행정지가 선고된 경우 형 집행정지의 조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매 6개월마다 의학 감정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형법상으로나 주 형법에 있어서도 우리와 같은 형집행정지 제도는 두고 있지 않다. 대신 특별석방제도(compassionate release)를 운영하고 있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경우, 교도소에서 치료가 곤란한 영구적인 육체적, 정신적 질병과 노화에 따른 건강 악화 등 극히 예외적이고 합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교정국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잔여 형기를 면제해 줄 수 있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특별석방제도는 의학적 소견서 작성자가 제한돼 있고 심사요건도 까다로워 연방법상 특별석방의 경우 2006년 이래 연 평균 24명 정도 석방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일본은 형집행정지제도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유사한 규정을 '형사소송법'에 마련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일부 교도소의 경우 형사시설 내 진료소의 관리를 공적의료기관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형사수용시설 및 피수용자 처우 등에 관한 법률'에서 수용자에 대한 진료에 있어 외부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수용자를 치료하는 의사로 지명된 자에게 일정한 지시사항을 준수하도록 하며 진료에 관한 기록과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감독한다.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같이 형집행정지제도가 남용되지 않기 위해서는 집행 정지기간을 제한하고 거점 병원에 입원시켜 교도관이 관리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미 입법조사관은 "집행정지 사유의 증상에 대해 2명의 감정인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형집행정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관은 "치료 등 성격에 비춰 형집행정지 기간 설정에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칙적 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 심의회를 거쳐 연장 사유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집행정지자에 대한 치료시설을 외부 의료기관으로 설정해 치료를 받게 하는 경우 소재지, 주소지 등을 고려해 전국적으로 여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며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수형자에 대한 진료와 치료 병원을 지정하고 교도관이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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