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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군인들에 유린…밤마다 울고 또 울어"

입력 : 2012-09-11 09:04:02 수정 : 2012-09-11 0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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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비극 다룬 실화소설 日서 첫 출간
황금주 할머니 인생이야기
동화작가 이규희 2010년作
‘꽃에게…’ 前 교사가 번역
“군인들은 쉴 새 없이 들어오고 또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나는 밤마다 울고 또 울었습니다.”

지난 7일 일본 도쿄의 한 구립복지회관에서 위안부 피해자 황금주(93) 할머니의 인생이야기가 일본어로 울려 퍼졌다. 한 위안부 할머니의 비극을 다룬 국내 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한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

저자이자 황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한 낭독자는 전(前) 도쿄도립고교 일본어 교사 야스다 치세(66·여)씨. 그가 손에 쥔 것은 직접 발간한 책 ‘꽃에게 물을 주겠니(花に水をやってっくれないかい)’였다. 그는 동화작가 이규희(60)씨가 2010년에 낸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야스다 치세(66·왼쪽)씨가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에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 보고서가 나온 적은 있지만 이들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 일본어로 출간되기는 처음이다.

출판기념회에서는 건강이 안 좋은 황 할머니를 대신해 참석한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와 일본인 100여명이 참석했다.

황해도가 고향인 황 할머니는 19살 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만주 등지에서 생활했다.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온 뒤 6·25 전쟁 때 고아 5명을 거둬 결혼까지 시켰다. 책에는 황 할머니가 일본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는 말에 속아 위안부로 끌려간 사연과 위안부 출신임을 숨기고 살다가 다른 위안부 할머니에게 용기를 얻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사연 등이 은비라는 가상의 소녀와의 대화 형식으로 담겨 있다.

야스다씨는 1992년 일본에서 열린 위안부 할머니의 집회를 보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매년 서너 차례씩 방한해 주한 일본대사관 수요집회에 참여했고, 진실을 알리고자 이번에 황 할머니의 사연을 중심으로 책을 썼다.

야스다씨는 “최근 양국 정부의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위안부는 사실이 아니라는 일본 우익의 의견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일본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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