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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성폭행범 "日음란물 범죄수법 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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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9-16 15:52:49 수정 : 2012-09-16 15: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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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인터넷 온통 벗기고 때리고… 폭력에 무뎌진 아이들
한무리의 군중이 여성을 잔혹하게 고문하고 학대한다. 학대당하던 여성이 죽음 직전에 이르자 군중 속의 한 여성이 “사후세계가 있느냐”고 묻는다. 순전히 죽음 이후의 세계가 궁금해 사람을 납치해 죽인 것이다. 2009년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출품됐던 영화의 한 장면이다.

영화 내내 화면에서는 피가 흘러내린다. 온몸의 피부를 벗기는 고문 장면도 있다. 당연히 ‘미성년자관람불가’ 등급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인터넷 검색으로 몇 분이면 내려받을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는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수십 개씩 올라와 있고, “친구들과 봤다”는 초중학생도 수두룩하다.

“유럽위기 5∼8년 이어질 것… 더 악화 안되면 中 경제 호전”폭력적 대중문화에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수십 년 전에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잔인한 폭력물도 쉽게 구할 수 있을 만큼 매체 환경이 급변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폭력에 노출되면서 뇌 구조부터 이전과 다른 기형적인 세대가 됐다”면서 “폭력적 대중문화 규제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폭력물, 뇌를 바꾼다


대중문화 속의 폭력은 인간의 뇌를 바꾼다. 폭력적인 영화, 드라마, 게임에 접할수록 전두엽이 비정상적으로 활동하면서 공포감과 공격성을 제대로 조절할 수 없게 된다. 전두엽은 뇌의 일부로 기억과 사고, 판단 등 고도의 정신작용을 관장하는 곳이다.

2009년 분당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김상은 교수팀의 연구결과, 인터넷 게임 중독자는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대뇌 부위가 마약인 코카인 중독자와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모방하는 능력을 가진 뇌 속의 이 부위는 대중매체로부터 폭력을 반복적으로 접할 경우 자신이 직접 폭력을 저지르는 것 같은 착각을 가져온다.

청소년들은 뇌가 성인 수준으로 자라지 못했다. 뇌가 성숙해 가는 과정인 만큼 이 경우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심심찮게 터지는 ‘청소년 모방범죄’는 폭력적 대중매체의 결과물이다. 스탠리 쿠브릭 감독의 1971년 작 ‘시계태엽 오렌지’를 본 영국 청소년들이 어린이를 칼로 찔러 죽이거나 영화의 한 장면을 모방해 성폭행을 저지른 일도 있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올 초 행정안전부가 전국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청소년 1만2000여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도 100명 중 6명이 성인물을 보고 “성폭행과 성추행을 저지르고 싶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부산에서 여성 10여명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힌 10대가 “일본 음란물에 나오는 범죄수법을 보고 따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유홍식 중앙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초등학생을 비롯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90%가 폭력적인 콘텐츠를 아무런 여과 없이 접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가상,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주위 사람을 상대로 모방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돈 욕심에 멍드는 청소년들

폭력에 대한 품위있는 절제와 규제는 돈의 논리에 밀려 약해지고 있다. 남자 배우가 여배우의 가슴을 태연히 만지거나 다른 이의 목을 묶어 교살하는 범죄 장면이 버젓이 전파를 타고 있다. 지난해 지상파방송 심의 제재조치 의결 건수는 전년도 67건보다 19.4% 증가한 80건으로 집계되는 등 텔레비전 매체의 선정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인터넷 게임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인터넷 게임은 “뜨겁게 놀아볼래요?”, “오빠 난 더 강한 걸 원해”와 같은 낯뜨거운 문구를 광고에 사용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자율적 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사업자들이 이를 뿌리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게임업체는 일부러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기도 한다.

청소년이용가 등급을 선택하면 게임 내에서 선정성과 폭력성 수위를 대폭 낮춰야 하지만 ‘청소년이용불가’를 받으면 이런 수고 없이도 오히려 이용자를 더 많이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다고 알려지기만 하면 청소년들은 자기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우회해 접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는 게 매출에 득이 된다는 계산법이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선정성과 자극이 높은 대중문화가 이상성격에 따른 범죄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경찰과 정부기관이 협조를 통한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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