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주의 사안… 국민무시 아니다” 외교통상부의 기류가 하루 새 또 바뀌었다.
이번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졸속처리 파문의 책임론을 놓고서다. 전날까지 외교부 관계자들은 이번 파문에 대해 “우리는 억울하다”며 ‘청와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었다. 하지만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외교부가 다른 데(청와대나 국방부)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며 ‘총대’를 멨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협정 추진의 절차적 문제와 함께 부처 간 ‘네탓 공방’을 호되게 질책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20분 이례적으로 직접 기자실에 내려와 ‘송구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특히 “국무회의를 하면서 (언론에) 설명하지 않은 부분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며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올린 것은 정부의 결정이며 외교부의 판단이었다”고 털어놨다.
김 장관은 앞서 열린 외교부 간부회의에서도 “외교장관 책임 하에 일을 한 것이지, 절차상 문제도 있는데 다른 부처나 다른 쪽에 손가락질하거나 책임을 미루는 것은 좋지 않다”며 “국회에 충분히 설명한 이후 협정 서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거취를 둘러싼 책임론이나 ‘국민을 무시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색하며 강한 톤으로 반박했다. 그는 밀실처리 시도가 ‘국민 무시행위’라는 지적에 대해 “대외주의 사안이기 때문에 외교 관례상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봤다. 실무적으로 절차 끝나고 알린다는 생각이었다”면서 “공무원이 어떻게 국민을 무시할 수 있겠느냐. 이게 비밀도 아니고. 전문을 모두 공개할 건데 절차적으로 잘못된 것은 인정하지만 국민 무시했다는 말에는 동의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 장관은 ‘이번 일로 국가 체면이 상당히 손상됐다’는 시선에는 “일본 외상과 통화했지만 그쪽에서 유감이나 섭섭함을 표시하지 않았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국가의 체면이 훼손됐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국회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놓고서도 “국무회의 의결 전 외교부와 국방부 실무진이 국회 정책위에 가서 설명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때 김 장관 옆에 배석했던 외교부 실무자는 “지난 21일 여야 정책위의장에게 설명했다. 다음 국무회의(지난달 26일)에 상정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며 거들었다. 하지만 장관 간담회 직후 외교부 대변인실은 “국회에 구체적인 일정을 설명한 적은 없다”며 발언 정정에 나서는 등 장관의 해명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렸다.
김동진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