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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END 구상과 ‘기다리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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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30 23:16:56 수정 : 2025-09-30 23: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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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역량 강화·균형 잡힌 접근 필요
선언 아닌 ‘실질적 엔진’으로 작동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는 한반도 냉전 종식을 향한 야심 찬 청사진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순차적 로드맵을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 번영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END 이니셔티브는 비핵화(D) 이전에 교류(E)와 관계 정상화(N)를 먼저 추진하여 북한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 동력을 마련하려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으로 읽힌다. 이는 북한이 핵무력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현 상황에서, 핵 능력 고도화 ‘중단’을 전제로 ‘축소’를 거쳐 ‘폐기’에 이르는 3단계 비핵화 해법과 연계되어 북한에도 매력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비핵화 진전이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고자 하는 이재명정부의 현실적인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그러나 이 구상의 실현 가능성과 외교적 위험에 대한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END 구상의 단계적 구조는 이론적으로 매력적이지만, 현실에는 많은 제약이 존재한다. 과거 경험을 보면, 비핵화 진전이 없을 경우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로 인해 인도적 교류조차 가로막히곤 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교류와 관계 정상화를 먼저 추진하는 접근이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 따른다. 자칫하면 END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거나, 북·미 간 직접 협상의 도구로 전락해 한국이 외교적 주변화에 직면할 위험도 있다. 이는 단순한 비관론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의 구조적 딜레마에서 비롯된 현실적 경고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다리는 전략’은 더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앞세우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에 당장 매달리기보다, 평화공존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도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하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전략은 보다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경제성장, 민주주의 발전, 통합 등의 내부 역량을 굳건히 하는 것은 궁극적인 대북 협상력의 원천이자, 어떤 형태의 한반도 미래에도 흔들리지 않을 한국의 근간을 다지는 일이다.

이는 END 이니셔티브의 대외적인 대화 모색 노력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이니셔티브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토대가 된다. 즉, 강력한 내부 역량은 북한에 남한과의 대화 및 교류협력이 필요하다는 실질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북한이 대화에 나섰을 때 시행착오 없이 치고 나갈 수 있는 명확한 로드맵과 자신감을 제공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전략은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장기적인 관점의 ‘힘에 의한 평화’ 구축 방안이며,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국력을 내실 있게 다지는 균형 잡힌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준비가 갖춰진다면 기회의 순간에 평화 주도권을 선점하며, END의 비전을 실질적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END 이니셔티브는 ‘북극성’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북극성은 한반도 평화 과정의 항로를 잃지 않게 하는 변하지 않는 기준점이자, 비전과 현실을 연결하는 중장기적 목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방향성을 잃은 항해가 표류하듯, 한반도 평화 과정에서도 비전은 필수적이다.

END 이니셔티브가 한반도 평화의 ‘좌표’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 구상은 단기적 정세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적 비전으로 추구해야 한다. END가 당장 실현되기 어렵더라도 정책 추진의 궁극적 지향을 상징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북극성은 특정 집단만의 별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자리에 빛난다.

이는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도 남북한, 국제사회 모두가 공유할 공통의 지향점이 될 수 있어야 함을 함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이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동력이 되려면, 내부 역량 강화와 전략적 기회 포착 노력이 병행되는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면 END는 선언을 넘어 한반도 냉전 종식의 실질적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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