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에서 각각 개막해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2012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총상금 1억9600만유로·2800억원)는 이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결승전만을 남겨 놓았다. 결승전은 오는 7월2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각)에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는 지구촌 최대의 축구 이벤트다. 게임을 거듭할수록 열기를 더해가는 유로 2012는 경기 결과보다 스포츠 이상으로 정치·경제적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상황이 좀 다른 독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가 모두 4강에 올라 자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8강에서 최대 채무국 그리스를 4-2로 꺾었지만 29일 준결승전에서 채무국 이탈리아에게 1-2로 덜미를 잡혔다. 이런 상황과 반대로 결승 진출이 좌절된 독일의 국채 금리는 하락했지만 결승에 오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로 2012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결승 진출은 의미가 크다. 이 두 나라는 현재 젊은층 대다수가 일자리 없이 떠돌고 구제금융 속에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민들은 ‘축구라도 이기자’며 나라 전체가 난리다. 양국 국민들은 자국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천국을 경험하고, 골을 내주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심정을 갖고 축구를 관전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독일을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순간 수많은 이탈리아 국민들이 로마 등 도심으로 쏟아져 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고, 이탈리아 국민들은 1969년 대회 우승 이후 44년 만에 기적이 재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 골프치는 박세리와 역투하는 박찬호의 모습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 9일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구제금융 신청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폴란드로 날아가 축구경기장을 찾았다. 단순히 축구에 대한 애정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스페인은 8강전에서 ‘앙숙’ 프랑스를 2-0으로 꺾었다. 스페인은 이로써 유로 2008 우승, 2010 남아공월드컵 우승에 이어 메이저대회 3연패의 위업에 도전하게 됐다. 축구사에선 엄청난 일이다. 이탈리아는 8강에서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잉글랜드를, 4강에서는 독일을 2-1로 눌렀다.
현재 유럽 국민들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집단적인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그런 국민들에게는 더욱 축구가 주는 위로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높은 긴축정책, 높은 실업률, 구제금융을 받는 부끄러운 현실에 괴로워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축구는 또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다. 그런 유럽 국가 중 결승전에 오른 스페인과 이탈리아. 이 두 나라 국민들은 단순히 우승상금 2350만유로(340억원)의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는 유럽의 최정상’이라는 자부심을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국가가 되고 싶어한다. 지구촌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유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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