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교 700여명 피해… 경찰, 조폭 연계도 수사

서울 서초경찰서는 강남권 일대 20여개 중·고등학교 학생 700여명을 대상으로 폭행을 일삼고 수천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김모(19)군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김군을 배후에서 조종해 금품을 상납받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공갈)로 전직 유도사범 이모(2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일당 8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3∼4개 구를 관리하며 학교폭력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첩보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고, 이들이 상납받은 금품이 최대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윗선인 이씨가 조직폭력단 가입 제의를 받은 사실을 고려해 조폭과의 연계 여부도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동네 및 학교 후배인 김군 등 4명에게 금품을 상납하도록 요구해 명품 의류와 MP3 플레이어, 현금 등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학교 선·후배 관계인 이들은 철저한 먹이사슬 관계로 이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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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휘하에 속한 김군 등 후배 4명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이들에게 유도복을 입히고 대리석 바닥에 수십 차례 내리꽂거나, 헤드기어를 쓰게 한 뒤 온몸이 피범벅이 되도록 구타했다. 이씨는 이같이 폭행하고는 “신고하면 병신을 만들겠다”고 입막음을 시켰다.
김군 등은 이씨에게 갖다 바칠 상납금을 만들기 위해 신군과 황군 등을 집으로 불러 팔을 뒤로 묶은 후 쇠파이프로 전신을 구타했다. 신군 등은 다시 후배들을 인근 공원에 집합시켜 폭행하는 방식으로 금품을 마련했다.
피해 학생들은 경찰 진술에서 수차례 자살충동을 느꼈고, 김군 등이 학교에서 불러내 수업을 못 듣게 하거나 설거지와 방청소 등 집안일까지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태연하게 범행일지를 기록한 수첩을 만들고, “재무 포트폴리오를 짜고 주식투자를 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석 서초서 여성청소년계장은 “갈취한 옷과 돌반지 등은 자신들이 직접 사용하거나 헐값에 팔아 현금으로 바꿨다”면서 “학부모들이 옷을 사 달라는 자녀를 의심하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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