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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피라미드식 학생 금품 갈취

입력 : 2012-01-11 11:07:25 수정 : 2012-01-11 1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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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 ‘폭력 먹이사슬’… 상납액 정해 거액 뜯어
20여개교 700여명 피해… 경찰, 조폭 연계도 수사
서울 강남 일대 학교 수십 곳에 상납액을 정해 주고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거액의 금품을 갈취한 ‘피라미드식 학교폭력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가 커진 점에서 학생 폭력조직이 성인 조직폭력배에 버금가는 잔인한 범죄 행각까지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피해 학생들이 조직에 편입돼 자신보다 약한 학생들을 다시 폭행하고 돈을 빼앗는 가해자로 돌변해 범행이 세습되고 피라미드식 상납 구조가 만들어지는 등 ‘조폭화’ 양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강남권 일대 20여개 중·고등학교 학생 700여명을 대상으로 폭행을 일삼고 수천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김모(19)군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김군을 배후에서 조종해 금품을 상납받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공갈)로 전직 유도사범 이모(2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일당 8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3∼4개 구를 관리하며 학교폭력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첩보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고, 이들이 상납받은 금품이 최대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윗선인 이씨가 조직폭력단 가입 제의를 받은 사실을 고려해 조폭과의 연계 여부도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동네 및 학교 후배인 김군 등 4명에게 금품을 상납하도록 요구해 명품 의류와 MP3 플레이어, 현금 등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학교 선·후배 관계인 이들은 철저한 먹이사슬 관계로 이뤄져 있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김군이 고급 옷과 전자기기, 고급시계, 돌반지 등 할당품목을 후배인 신모(16)와 황모(17)군에게 내려보내면 신군 등은 각자 담당하는 학교별로 금품을 뜯어내 김군에게 건넸다. 김군은 일부는 자신의 유흥비와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이씨에게 전달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차례 조폭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일진’이었던 이씨는 변변한 직업 없이 학교 주변을 맴돌며 자신과 비슷한 중학생을 상납 피라미드 아래로 포섭해 지속적으로 금품을 갈취했다.

이씨는 휘하에 속한 김군 등 후배 4명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이들에게 유도복을 입히고 대리석 바닥에 수십 차례 내리꽂거나, 헤드기어를 쓰게 한 뒤 온몸이 피범벅이 되도록 구타했다. 이씨는 이같이 폭행하고는 “신고하면 병신을 만들겠다”고 입막음을 시켰다.

김군 등은 이씨에게 갖다 바칠 상납금을 만들기 위해 신군과 황군 등을 집으로 불러 팔을 뒤로 묶은 후 쇠파이프로 전신을 구타했다. 신군 등은 다시 후배들을 인근 공원에 집합시켜 폭행하는 방식으로 금품을 마련했다.

피해 학생들은 경찰 진술에서 수차례 자살충동을 느꼈고, 김군 등이 학교에서 불러내 수업을 못 듣게 하거나 설거지와 방청소 등 집안일까지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태연하게 범행일지를 기록한 수첩을 만들고, “재무 포트폴리오를 짜고 주식투자를 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석 서초서 여성청소년계장은 “갈취한 옷과 돌반지 등은 자신들이 직접 사용하거나 헐값에 팔아 현금으로 바꿨다”면서 “학부모들이 옷을 사 달라는 자녀를 의심하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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