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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40년차 새내기 동기’의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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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1-02 15:09:26 수정 : 2012-01-02 1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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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세 이해원씨 50대에 시작한 시 공부…최고 늦깎이 당선 이뤄내
24세 박송아씨 왕따 당했던 초등생 시절 문학 소설 읽으며 극복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사진만 보면 이들은 어머니와 막내딸쯤 돼 보이는 모녀 사이 같다. 무려 40년이나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나이를 확인하고 나면 더욱 그러한 확신이 생길 법하다. 하지만 이들은 놀랍게도 임진년 첫날 나란히 세계일보 신춘문예 관문을 막 통과한 새내기 동기들이다. 올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로는 가장 젊은 박송아(24)씨와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올해뿐 아니라 신춘문예가 시작된 이래 가장 고령일 법한 이해원(64)씨가 그 주인공이다. 본격적인 실버시대에 접어든 이 즈음, 육십부터 청춘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모녀 아닌 동기 사이 2012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과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이해원(오른쪽)·박송아씨. 40년 나이 차이가 나지만 이들은 막 문인의 길을 시작한 동기 사이다. 남제현 기자
“나이가 많으면 최종심에 올라도 떨어뜨린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젊은이들도 많은데 뽑아주셔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문학이 있어서 삶을 견딜 수 있었는데 이렇게 큰 기쁨까지 안겨주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해원씨는 경북 봉화에서 1남7녀의 딸부잣집 여섯째 딸로 태어났다. 어릴 때 동시를 잘 써서 곧잘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고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대구의 직물회사에 다니며 막내 동생을 공부시켰다. 1974년 결혼해 큰딸과 두 아들을 낳아 길렀다. 출판사나 신문사 등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대회에 출전한 아이들이 그의 지도로 상을 받기도 했다.

이씨가 시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세 아이를 키우고 50대로 내달리던 1998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시민대학 강서분교’의 수필반을 다니면서부터다. 시민대학 강서분교가 없어지자 을지로 본교를 찾아가 시 강의를 들었고, 2005년엔 중앙일보 신춘문예 본선까지 올랐지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몸이 좋지 않아 지난해에는 두 차례에 걸쳐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씨는 ‘나이 든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현실보다 무서운 소문’에 꺾이지 않고, 만 64세에 드디어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당선작 ‘역을 놓치다’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삶의 곡절을 깊이 체험해보지 않고서는 현학으로 포장하지 않은 일상의 언어로 이처럼 따뜻하게 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상찬을 들었다. 이씨는 당선 소감에서 “무뎌가는 마음으로 발화점을 향해 자신을 밀어붙이기엔 숨이 찼다”며 “점화도 되기 전에 멈춰버린 날들이 폐지처럼 수북이 쌓였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선생님 눈에 들고 싶었는데, 그게 다른 아이들 눈에 거슬렸나 봐요. 오랫동안 따돌림을 당했죠. 초등학교 3학년 때가 제일 심했던 것 같아요. 저는 소심하고 내성적이 돼 버렸고요. 따돌림을 당해 혼자 있게 됐지만 책이 위로가 됐어요.”

이씨와 달리 24세(용띠)의 젊은 나이에 세계일보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박송아씨는 초등학교 때 오랫동안 따돌림을 당했지만 책을 통해 위로받고 문학을 통해 구원받은 경우다. 박씨는 광주시청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의 1남1녀 중 장녀로 자랐다. 그는 고교 1학년 때 윤대녕의 작품을 읽으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고교 3학년 때부터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 산문은 소설의 길을 열어주었고, 소설은 동덕여대 국문과를 거쳐 지난해 고려대 문예창작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한 그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었다.

박씨의 당선작 ‘신 귀토지설’을 읽고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서영은씨는 “‘여자 성석제’가 나왔다”고 경탄하면서 남미의 노벨상 수상 작가 마르케스가 연상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송아씨는 “제 성격은 내성적이지만 문학에서는 즐겁게 쓰고 싶다”면서 “웃음 속에는 슬픔도 분노도 함께 녹아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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