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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 탈북자> ①北에 쫓기고 한국선 이방인

입력 : 2011-12-11 09:58:46 수정 : 2011-12-11 09: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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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등장후 탈북 단속 강화…가족도 처벌
南사회 적응못한 채 방황하다 범죄자로 전락도
북한을 떠나 사회문화적으로 생소한 땅에서 타향살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는 말 그대로 경계인이다.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고향을 등지고 남한 땅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지만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기만 하다.

지난 2000년 처음으로 180명의 탈북자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탈북자의 국내 정착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지만 탈북자에 대한 북한의 냉대와 압박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지고 있다.

200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삼남 김정은이 지난해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후계체제가 본격화함에 따라 사회기강을 세우기 위한 북한 당국의 탈북 감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 탈북자는 "북한이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과 총영사관에 탈북자 신고 포상금제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긴급훈령을 하달했다"며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신고포상금제를 시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러시아 일대를 떠도는 탈북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으로 1천500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1천500달러는 적잖은 금액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작년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공식 데뷔한 후계자 김정은이 올해 들어 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 등 공안기관 업무에 깊숙이 개입하면서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은 이들 기관의 공식직함을 갖고 있진 않지만 직접 보고를 받고 업무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정책 간여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탈북자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북한 전역에서 탈북자 가족 등을 반정부 소요세력으로 분류해 추방하는 피바람이 불고 있다"며 "양강도 혜산에서는 아무런 통보도 없이 추방 당일 보위부원이 찾아가 간편한 이삿짐을 꾸릴 것을 지시하고 1시간 안에 화물차가 가서 탈북자의 가족과 짐을 싣고 떠났다"고 전 했다.

대다수 탈북자가 1990년대 중반 북한에 밀어닥친 '고난의 행군' 시기 오로지 굶어죽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자의반 타의반 고향을 떠났지만 '조국의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만 더욱 깊이 새겨지는 셈이다.

중국과 태국 등 제3국을 거치는 고난의 여정을 거쳐 대한민국에 정착하며 달라진 삶을 기대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은 것이 탈북자들의 현실이다.

우선 북한과는 전혀 다른 체제인 자본주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것을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던 북한에서와 달리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는 남한에서의 생활은 탈북자들이 부딪치는 첫번째 난관이다.

우리 정부가 정착지원금과 임대주택 등 초기 정착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장기적인 정착에는 교육과 취업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8월 현재 탈북자들의 실업률은 8.8%로 남한 전체 실업률 3.3%보다 배 넘게 높은 것은 이러한 탈북자들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수다.

탈북자 자신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이들을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남게 한다.

한 탈북자는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우리를 `다른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며 "정치인들은 좋은말만 늘어놓지만 사회적으로는 탈북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시선 속에서 탈북자들은 마약거래, 성매매 등 불법과 탈법의 길로 쉽게 접어들게 되고, 이런 현상이 탈북자 기피현상을 확산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탈북자들이 북한에 두고온 가족에게 브로커를 통해 송금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규제입장을 밝힌 것이 이슈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탈북자의 입국이 본격화된 지 10년이 넘으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적 틀은 어느 정도 마련된 것 같다"며 "이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교정하고 탈북자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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