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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치는 염전…당국 부인에 쏟아지는 증언들

입력 : 2011-08-18 15:49:12 수정 : 2011-08-18 15: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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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代 염부의 고백 "약치면 함초 빨개져 죽어불제…죽여 부러야 소금을 많이 내제"
 
‘2008년 3월 소금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바뀌기 이전에 일부 염전에서 농약을 쳤는지 몰라도 이후에는 거의 없다’, ‘농약 살포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옆 논에서 날아온 농약일 수 있다’… 일부 염전에서 함초와 게 등을 없애기 위해 농약을 치고 있다는 세계일보 보도에 대해 정부와 관련 지자체 관계자들은 해명성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팀이 염전에서 농약병과 봉지,검붉게 탄 풀을 확인한 것 외에도 관련 증언을 확보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염전에 말라죽은 풀이 증거다”

“염전의 농약 문제는 예상되는 충격 탓에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일’ 중의 하나였다.”

맛컬럼니스트인 황교익(49)씨는 “염전에 농약을 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가 10년도 넘었고, 이를 중간 중간 확인했다”며 “천일염 산업 등 사회에 미칠 파장에 겁이 나 글을 쓰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말 전남 신안군 한 염전을 방문했을 때 경험을 소개했다.

“시기상 다 자란 함초들이 증발지에서 있어야 할 텐데 어린 함초만 있었다. 30년 경력의 염부에게 ‘농약을 쳤냐’고 묻자 ‘그 문제는…’이라며 말꼬리를 흐리더라. 농약을 친다는 얘기다.”

황씨는 “관계 당국이 염전의 농약 문제를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염전에서 일하는 아무나 붙들고 천일염 제조과정을 설명 들으면 농약 이야기가 반드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염전에 농약을 치지 않고 염생식물과 게를 제거하려면 증발지를 뒤집고 다지는 작업을 매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지자체의 안일한 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담당 공무원이라면 농약 실태를 잘 알 것”이라며 “문제가 터지면 부정부터 하는 당국의 일 처리 탓에 시민들 믿음이 점점 없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황씨는 “이런 일은 사실확인을 거쳐 시인→사과→재발 방지대책 발표 순으로 대응하는 게 옳다”며 “다만 양심적인 염전도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농약 냄새가 진동을 해서…”

염전 관련 일을 하는 B씨는 8월 초 해남군의 한 염전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그는 “지인과 함께 한 염전에 들어갔는데 바로 농약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고 말했다.

B씨는 염전에서 암암리에 농약을 살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지만 살포한 지 얼마 안 된 곳에 가본 건 처음이었다”며 “탁 트인 벌판인데도 냄새가 그렇게 나더라”고 소개했다. “결국 동행한 지인이 ‘왜 냄새가 나는 거냐. 머리가 아프다’면서 곧장 염전에서 나가버리더라”고 그는 전했다.

B씨는 농약 살포 장면을 직접 목격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와 재작년 두 번이나 고압분무기로 농약을 살포하는 걸 봤다”며 “‘정말 무지막지하구나’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약) 한 번이면 다 죽어불제”

전남 해남지역 염전에서 20년 이상 일해 온 60대 후반의 C씨. 한여름에는 새벽 5시 염전에 나가 12시간 일하고 월 150만원가량을 받는다. 지난달 말 만난 그는 “올해 처음으로 (농)약을 안 치고 있당게”라며 “수확이 팍 줄틴디…”라고 걱정했다. 염전 주인이 함초를 내다 팔겠다면서 농약을 못 치게 했다고 한다.

“다른 염전은 어떻냐”는 질문에 그는 건너편 염전들을 가리키며 “다 치제. 한 번이면 (함초가) 다 죽어불제. 죽은 건 다 약 친 거여. 죽여 부러야 소금을 많이 내제”라고 말했다. “약하면 빨개진당게. 빨개져 말라 죽어불제”, “죽일라믄 독하게 해야제”라고도 했다.

함초를 없앤 것과 그러지 않은 것의 차이를 묻자 그는 “천지차이제. 함초가 있는 놈이 (염도가) 1도 나간다면 없는 놈은 2도, 3도 나가제. 그렁게 소금 생산이 적꼬 소금도 싱겁제”라고 대꾸했다. 농약 사용량을 묻자 그는 지름 150㎝, 높이 60㎝가량 되는 고무통을 가리키며 “한 마지기(660㎡·200평)면 요런 통 하나는 써야제”라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 = 박희준·신진호·조현일·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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