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의 발언 후 ‘블랙 웬즈데이’
기업 실적·성장 동반되지 않은 채
끌어올린 주가는 진짜 실력 아냐
지난주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해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말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가 가뜩이나 뜨거운 주식시장을 더욱 달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조차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리스크를 관리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고위당국자의 입에서 빚투를 합리화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는 그를 직권남용과 명예훼손,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권 부위원장은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코스피 5000은 당연히 가능하다”, “부동산·예금·주식 등 다양한 자산군의 10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주식 투자가 가장 높았다”며 주식 투자를 적극 장려했다.
공교롭게도 발언 다음날인 지난 5일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코스피는 이날 한때 무려 6.16% 급락한 3867.81까지 밀리며 ‘블랙 웬즈데이(검은 수요일)’로 기록됐다.
주가는 다시 오를 수 있지만, 빚투 발언은 여러 가지 논란을 남겼다.
일각에선 ‘레버리지 투자’라는 표현이 빚투를 교묘하게 포장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 국민에게 레버리지는 모호하고 거부감도 덜하다. 레버리지(Leverage)는 직역하면 ‘지렛대’라는 의미로, 작은 힘으로 큰 효과를 내는 원리처럼 빚을 이용해 투자 규모를 늘리는 전략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레버리지 투자인 신용거래융자는 ‘반대매매’(강제청산)라는 높은 위험을 안고 있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원금의 최대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데, 주가가 하락해 담보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 의사와 상관없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린다.
집값은 떨어져도 장기간 버티면 경기사이클에 따라 오를 확률을 기대할 수 있고, 적어도 대출을 못 갚는다고 곧바로 집이 은행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신용융자로 주식을 사면 떨어진 주가가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불과 며칠 만에 강제 청산돼 원금을 모두 날리고 빚까지 질 수 있다.
권 부위원장은 이런 위험을 설명하지 않은 채 빚투를 합리화하고 주식 투자를 예찬했다. 금융사 직원이었다면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당국의 경고를 받을 일이다. 더구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6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매일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되는 상황에서 ‘코스피 5000’을 자신할 게 아니라 경고등을 켰어야 했다.
빚 내서 집 사는 것과 주식 투자하는 것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도 문제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5개월여간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주택담보 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했다. 권 부위원장은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강력한 대출 규제를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그를 칭찬했고, 금융위 사무처장에서 차관급인 부위원장으로 파격 승진시켰다. 10·15 대책에서 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수도권 25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시)까지 강화되자 “공무원들 승진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 증권사 임원은 “부동산 대출은 ‘나쁜 빚’으로 몰아가면서 변동성이 훨씬 큰 주식은 빚내서 투자해도 된다니 도대체 무슨 기준인가”라며 “권 부위원장은 자식에게 집 사지 말고 주식부터 하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율 완화를 비롯해 양도세 대주주 기준 유지 등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빚투 발언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부자 감세, 세수 감소 논란도 ‘코스피 5000’을 향한 진보 정권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는 모양새다.
주가가 경제정책의 유일한 성적표는 아니다. 더구나 기업의 실적과 성장이 동반되지 않은 채 빚투까지 동원해 끌어올린 주가는 진짜 실력이 아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BBC의 굴욕](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1/128/20251111518027.jpg
)
![[데스크의 눈] 빚투에 대한 이중잣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0/11/10/128/20201110523430.jpg
)
![[오늘의 시선] 다카이치 ‘대만 파병’ 발언과 한국의 딜레마](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1/128/20251111517592.jpg
)
![[안보윤의어느날] 소통이 사라진 자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1/128/20251111517579.jpg
)






![[포토] 아이린 '완벽한 미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1/300/20251111507971.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