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지금 자리가 좋아”…공직풍토 쇄신 추진‘찬물’
부산시 0명, 인천시 0명, 대전시 0명, 울산시 0명, 경남도 0명, 광주시 3명, 전북도 4명….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 간 ‘직위지정 방식 인사교류’의 초라한 실적이다. 이 제도는 공직자의 토착비리 근절과 폐쇄적인 인사관행 타파, 공무원의 역량 향상, 지자체 간 협력 등을 위해 도입됐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같은 곳에서 장기간 근무한 지방공무원을 다른 지자체로 자리 이동시켜 부패 없는 공직풍토를 조성하고, 인재를 균형있게 활용하려는 정부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13일 행안부에 따르면 금품수수와 공금유용(횡령), 공문서 위·변조, 직권남용으로 징계를 받은 지방공무원은 2006년 99명에서 2007년 105명, 2008년 165명, 2009년 224명, 2010년 409명 등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이 연루된 범죄 대부분은 토착비리이다.
이에 행안부는 공직쇄신을 위해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제주를 뺀 15개 시·도에 4급 95명, 5급 362명, 6급 669명 등 1126개 교류직위를 지정했고, 지난해 7월부터 교류가 시작됐다.
그러나 행안부가 지난 3월까지 교류실적을 집계해보니 부산, 인천, 대전, 울산, 경남의 공무원 중 다른 지자체와 직원교류를 한 경우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들 광역자치단체의 교류인원은 각각 75명, 73명, 42명, 39명, 24명으로 잡혀 있다.
전북에서는 4급 6명, 5급 28명, 6급 30명의 교류계획 중 달랑 5급 4명(6%)만 다른 지자체로 자리를 옮겼다. 광주광역시도 사정은 비슷해서 계획은 4급 10명, 5급 8명, 6급 14명이나 4급 3명(9%)이 교류하는 데 그쳤다.
충남지역은 교류계획 73명 가운데 실적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14명에 머물고 있다. 도와 시·군 간 4명, 시·군 간 10명으로 도내 16개 시·군 중 절반인 8곳은 실적이 전혀 없다.
최근 서천군에서 2명이 인접한 보령시로 근무를 희망했으나 보령시에서 지원자가 없어 교류가 불발됐다.

교류에 따른 일부 기초지자체장들의 타 지자체 인재 유출 우려는 다른 지자체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모든 지자체들이 유능한 직원을 다른 곳으로 보내 다양한 경험을 쌓아 능력을 향상하도록 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주거·자녀교육 문제나 인사 불이익 등 직원들의 걱정도 설득력이 없다. 행안부는 시행 초부터 2년 교류자에게 승진후보자 명부작성 시 교류가점(최대 1.8점)을 주도록 했다. 교류수당(월 4급 60만원, 5급 이하 55만원)과 주택보조비(월 최대 60만원), 성과상여금(최소 A 이상)도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장들은 자신의 뜻(?)을 잘 따르는 측근을 보내기 싫어하고, 오랜 기간 ‘업자’와 유착관계를 형성하며 잇속을 챙기고 있는 직원들도 다른 지자체로 떠나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이 더 타당하게 들린다.
그래서 행안부는 평가 순위 공개 등의 지자체 압박 수단을 검토하고, 법령 개정을 통한 교류 활성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행안부는 현재 기술직 승진후보자의 서열을 기록하는 ‘기술직 통합명부’ 작성 대상이 ‘광역시’의 ‘6급’에만 한정돼, 도와 시·군 교류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도’의 ‘6급 이하’로 범위를 확대해 도와 시·군 어디에서 근무해도 승진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 이 내용을 담은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은 이달 중 국회에 제출된다.
부산이나 울산, 대전, 인천 등은 기초지자체와 ‘직위 미지정 방식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며 직위지정 방식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직위 미지정 방식은 인사여건(결원 등)에 따라 하는데, 승진자(광역→기초)나 승진예정자(기초→광역)의 교류 등 인사·보직관리를 위한 것으로 직위지정 방식과는 그 목적이 다르다”면서 “하지만 실적 평가에 30%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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