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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까지 동원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 피로 물든 트리폴리

입력 : 2011-02-23 01:55:36 수정 : 2011-02-23 01: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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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의 ‘대학살극’ 시작되나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대가 지방 거점도시를 점령한 데 이어 수도 트리폴리로 진출하자 카다피 정권이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 중화기와 용병을 동원해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하면서 리비아 반정부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 거점 장악… 군, 무차별 공격

아랍권 방송인 알자지라와 미국 CNN방송 등은 21일(현지시간) 트리폴리에서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민간인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진실과 정의를 위한 리비아 위원회’의 파티 알와르파리 대표는 “많은 군 비행기가 트리폴리에서 민간인과 시위 참가자를 공격하고 있다”며 “유엔은 어디에 있고 국제앰네스티는 어디에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트리폴리의 한 주민은 “군인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다”며 ‘대학살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헬리콥터에서 내린 용병들의 난사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트리폴리의 경찰서와 방송국을 공격했으며, 정부 건물이 불타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반정부 시위대는 제2 도시인 벵가지를 비롯해 카다피의 고향인 시르테와 미스라타, 알자위야 등 8∼9개 도시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악화되자 22일 러시아는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현지로 항공기를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독일, 터키, 태국 등 각국 정부도 자국민 철수에 나서고 있다. 이집트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경 병력을 늘리고 있다.

◆등 돌리는 군인·정부 인사들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군의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21일 알자지라 방송은 리비아군 장교 일부가 동료 장병들에게 보내는 성명을 통해 “국민의 편에 서서 카다피를 제거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면서 “남은 장병들은 트리폴리로 진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리비아 전투기 2대가 이날 지중해의 섬 국가 몰타에 비상착륙했다. 조종사 4명은 군부의 진압 명령에 불응한 채 몰타에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트리폴리 인근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저공비행을 하며 몰타에 착륙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정부 인사들의 반기도 계속되고 있다. 알리 아드잘리 미국주재 리비아대사는 22일 시위대 무력 진압을 비난하며 카다피 퇴진을 요구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해결책이 없다. 카다피가는 즉각 물러나 국민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무스타파 모하메드 아부드 알 젤레일 법무장관이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진압한 데 대한 항의표시로 사퇴했다. 압델 에후디 아랍연맹 주재 리비아대사도 정부가 무고한 국민을 살상하고 있다면서 사표를 던졌고,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는 리비아 대사관 직원들이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합류했다.

유엔 주재 리비아대사관의 이브라힘 다바시 부대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카다피의 대량학살을 비난하며 사임을 촉구하고 카다피를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인도·인도네시아·폴란드·일본·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 주재 대사들도 시위대 지지입장을 밝히며 앞다퉈 사퇴했다.

김기홍 선임기자,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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