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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 행각 어설프고… 印尼 뒤늦게 확인 요청… 미스터리만 증폭

관련이슈 인니특사단 숙소 침입 파문

입력 : 2011-02-22 09:31:49 수정 : 2011-02-22 09: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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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들 CCTV에 고스란히 찍혀…발각후 노트북 그냥 돌려줘 ‘코미디’
신고자는 주印尼 대사관 한국무관…국방부선 사건 5일만에 사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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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침입자인 남녀 3명이 국가정보원 직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 수사는 별 진척이 없다. 정보기관 소행으로 보기에 지나치게 어설픈 범행 등도 의문이지만, 피해 당사자인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대응도 선뜻 이해되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무엇을 훔치려 했을까

괴한들이 특사단 노트북에서 빼내려 한 정보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이번에 방한한 인도네시아 특사단은 부총리급 장관을 대표로 한 경제팀과 국방장관이 이끄는 국방팀으로 나뉘어 있었다.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가 T-50 고등훈련기와 전차 등 무기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방장관이 특사단에 포함됐으니 이와 관련된 정보나 군사협력안 등을 노렸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괴한이 침입한 롯데호텔 1961호실은 경제팀 보좌관 숙소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북한 등 적성국 스파이가 한국형 초음속전투기(KFX) 사업 기밀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T-50 구매협상이 양국 간에 공공연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보당국 등이 굳이 무리수를 둬 가며 정보를 빼낼 필요성은 낮다는 것이다.

침입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빼내 갔을지도 의문이다. 괴한이 방에 머문 시간은 단 6분. 짧은 시간에 원하는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굳이 노트북을 들고 나오려고 한 점에서 실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복사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특사단이 노트북에 대한 수사를 허용하지 않아 접속 정보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유출된 정보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보 유출 여부는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경호·경비·범행도 모두 ‘초보’

국빈급은 아니라지만 대규모 특사단에 대한 경호·경비가 지나치게 허술한 점도 의문거리다. 경찰과 호텔 측은 특사단 숙소에 대해 별도 경비를 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경호요원은 모두 특사단 일정을 수행했다. 1961호실을 쓰던 보좌관도 당시 객실 문을 잠그고 나갔는지를 제대로 기억 못할 정도로 허술하게 대응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A∼D등급 정상급 외빈은 청와대에서 경호를 담당하고, 외국 정부 2인자인 E급과 장관급 등 F급은 별도 요청이 없는 한 경찰 등이 경호·경비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텔 관계자도 “당사자나 정부 쪽에서 별도 요청이 없으면 특별히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침입자들은 어설프면서도 대담한 행동을 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외국 정부 특사단 정보를 노렸다면 호텔 복도에 설치된 CCTV에 모습을 노출할 리가 없다. 외부에서 망을 보는 사람 없이 3명이 모두 객실에 들어간 점도 미스터리다. 범행이 들통 난 뒤 복도 한쪽에 숨어 있다가 호텔 직원에 들키자 들고 나온 노트북을 고스란히 돌려준 사실은 ‘코미디’ 같다.

◆신고 왜 늦었고, 경찰 수사 문제 없나

특사단은 괴한이 침입한 16일 오전 9시27분보다 한참 뒤인 오후 11시15분 경찰에 신고했다. 이 시간에 특사단이 우리 정부 당국과의 조율 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황상 어떤 이유로 조율에 실패하자 특사단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최초 112 신고자가 인도네시아 주재 우리 국방무관(육군 대령)인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고를 대신한 무관은 정작 국방부에 관련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도 사건 발생 닷새 만에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 의뢰 후 인도네시아 측이 보인 행보는 예상 밖이다. 특사단은 범행 직후 호텔 측에 항의한 것 외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21일 국정원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외교부를 찾아 공식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은 호텔 복도 등에 설치된 CCTV 화면, 노트북과 객실에서 발견된 지문 10개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CCTV 화면이 어두워 범인 신원 파악이 힘들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텔업계는 특급호텔 CCTV가 판독이 어렵다는 경찰 설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 호텔 관계자는 CCTV 화질과 관련해 “정부기관, 그것도 정보기관이 관련된 일인데 정부 입장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승·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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