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12일 게이츠 장관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뒤 군부에 대한 민간의 통제력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후 주석 등이 시험비행 자체를 몰랐다는 익명의 미국 관리 말을 전하면서, 중국 민간과 군 지도부 사이의 균열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오후 게이츠 장관이 후 주석과 면담하기 몇시간 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 홈페이지는 자국 네티즌과 외국매체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미국 매체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殲)-20(J-20)의 첫 비행이 성공적이었다고 보도했다”고 전하면서, 관련 사진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링크시켰다.
이에 게이츠 장관은 면담에서 후 주석에게 스텔스기 시험비행 문제에 대한 논의를 요구했으나, 후 주석은 물론 회담장에 나온 중국 측 보좌관들이 모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답변 준비도 안 돼 있었다고 미국의 국방 고위관리가 당시 상황을 전했다.
12일 만리장성 관광에 나선 게이츠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민간인 지도자들은 시험비행 소식에 놀란 듯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게이츠 장관은 후 주석이 처음에는 시험비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회담 말미에 이번 시험비행이 나의 방문과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후 주석의 해명을 믿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나는 후 주석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중국 군부 지도자가 때때로 정치 지도자들의 뜻과는 별개로 행동할 수 있다는 우려를 깊게 한다고 언급했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스텔스기 시험비행이 지난 몇 년간 이어져 온 양국의 군사적 갈등을 잠재우려는 후 주석에 대한 도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군사전문잡지인 ‘칸와아주방무월간’(漢和亞洲防務月刊·Kanwa Asian Defence Monthly)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스텔스기 시험비행의 언론 공개는 후 주석의 후계자인 시진핑 부주석이 주도했다면서 “시 부주석의 정치 스타일은 후진타오 주석과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콩 신문들은 시 부주석이 이달 초 쓰촨성 청두 공항에서 있은 젠-20의 활주로 이동시험을 직접 참관했다는 중국 인터넷 매체들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김기홍 선임기자 kimk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