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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진단] ② 속도전 따른 부작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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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4-14 10:24:21 수정 : 2010-04-14 10: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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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문인들까지 “반대” 움직임
사회적 합의 과정 생략한 채 추진
‘소통의 부재’가 전방위 갈등 불러
◇지난달 31일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달성보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 등 공사장비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타워크레인 주변으로 낙동강 물을 막기 위한 가물막이가 보인다. 우기가 오기 전에 1단계 공사를 끝마쳐야 하기에 공사현장은 24시간 쉴 틈이 없다.
달성=송원영 기자
“2011년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 4대강 사업을 대부분 끝내겠습니다.”

지난해 12월11일 한 경제단체 주최의 조찬 모임장이 갑자기 술렁였다. 연사로 나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돌출 발언 때문이다. 정 장관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속도전으로 추진해 공사목표 기간을 당초 2012년에서 1년 반가량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장마 등 기후 영향을 최소화해 사업 지연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얘기였다.

정 장관의 발언은 파장이 컸다. 그렇지 않아도 일정이 빠듯한데 공사기간을 더 앞당긴다면 생태계 파괴, 문화재 훼손 등 부작용이 많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부실 공사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예산 배정도 없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겠느냐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 장관 발언 후 100여일이 지난 현재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도저’식 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고 논란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곳곳에서 속도전 아우성=최근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논란은 대부분 ‘속도전의 수렁’에 빠져 있다. ‘의혹 제기→반박→논란 증폭’을 반복하면서 본질적으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운하백지화국민행동’ 관계자들이 4대강 사업 폐기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사진자료
국토부가 지난달 10일 냈던 해명자료는 이런 상황을 대변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당시 자료는 ‘4대강 문화재 발굴은 심의 규정·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전날 한 언론이 한국문물연구원의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4대강 사업장인 낙동강 합천보와 함안보 공사장에서 문화재가 나오고 있는데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이를 그냥 덮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한 데 따른 반론이었다.

앞서 지난 2월엔 4대강 한강사업 6공구인 경기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 일대의 문화재 발굴이 문화재청 요구로 불과 10일 만에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시민단체에서 나왔고, 국토부는 역시 반박자료를 냈다.

문화재 매장 상황을 보면 이런 식의 지루한 제자리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문화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주변 문화재는 총 243건이며, 이 중 지정문화재는 94건이다.

나머지는 땅과 강바닥 등에 묻혀 있는 비지정문화재다. 4대강 개발 과정에서 비지정 문화재의 파손과 유실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잦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속도전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 난개발, 수질오염 논란 역시 이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과속으로 추진되는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논란의 한 축은 부실공사다. 통상 강 개발은 공사 과정 중 강바닥 형태와 물 흐름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사전에 수리모형실험 등을 통해 설치물의 구조적 안전성과 홍수·침수 가능성 등을 사전에 검증한다.

하지만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 구간에 들어서는 16개 보 가운데 15개는 구조물 안전성 및 성능 검증을 위한 수리모형실험 없이 강행되고 있다.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이 없이 실시 설계를 하고 속도전 공사를 진행할 경우 홍수 등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김 의원 측 주장이다.

일각에선 공사 기간을 1년 반가량 앞당기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공사기간을 단축하려면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함에도 전혀 준비가 안 된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정부 방침대로 2011년 상반기까지 대부분의 공사를 마무리하려면 공사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외상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 전방위로 논란 확산=최근엔 ‘4대강 속도전’ 문제가 정치·사회적 현상에서 종교계 문제로 비화하는 등 사회 전방위 갈등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를 중심으로 4대강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온 천주교 측은 지난달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천주교 측은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소중한 것들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역시 속도전으로 치러지는 마구잡이 개발을 문제삼고 있다.

불교계도 4대강 사업 반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계종은 14일 전국의 사찰에서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초하루 법회’를 열 계획이며, 또 17일엔 스님 1000여명과 불자 1만여명이 서울 조계사에 모여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라는 행사를 연다.

불교단체들은 “현장에 가보면 정부가 무엇에 쫓기듯 24시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불교계가 책임감을 갖고 이를 막을 것이다”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문인들도 4대강 사업 반대 움직임에 동참했다. 지난 3일 한국작가회의 저항의 글쓰기실천위원회는 경기도 여주의 남한강 광천보 공사현장 인근에서 문인 등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공사현장을 찾아 4대강 사업은 난개발임을 주장하는 내용의 ‘만장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 단체는 “현 정권이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강은 물론 우리의 영혼까지 병들게 하는 끔찍한 난개발이다. 저항의 글쓰기운동을 4대강 문제로 확대하고 가능한 모든 힘을 집중하겠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4대강 반대운동에 본격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소통 부재’가 문제다=이런 논란의 중심엔 사실 ‘소통의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범국가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면서 동시에 정책 목표와 효과, 과정 등을 두고 견해가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임에도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과정이 생략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역시 4대강 사업이 속도전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따라서 4대강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려면 천천히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논란의 폭발성을 감안할 때 당장 밀어붙이기식으로 과속을 하다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목표지점에 더 늦게 도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사회적 논란이 많은 사업일수록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면서 집단적 지혜를 모아야 함에도 4대강 사업은 날짜를 지정한 뒤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함에 따라 일방적이고 저돌적으로 강행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이 필요한 사업이라면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최승국 사무처장도 “사회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은 현재 상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다”며 “과거 새만금 사업 때처럼 정부와 시민단체, 민·관이 참여하는 조사단과 토론회를 꾸려 사업의 타당성과 안전성 등을 차분하게 논의하는 장이 없다면 4대강 사업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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