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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강풀 "현실감 있는 '뻥' 치겠다"

입력 : 2009-07-06 17:18:31 수정 : 2009-07-06 17: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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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부터 '다음'에서 호러만화 '어게인' 연재 “이번 작품에서도 독자들이 현실에서 있을법하다고 느낄 수 있게 ‘뻥’을 치겠습니다.”

‘순정만화’, ‘바보’의 인기 인터넷 만화가 강풀(본명 강도영·36·사진)이 돌아온다. 다음달 6일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 호러만화 ‘어게인(Again)’의 연재를 시작한다. 인터넷 만화의 1세대로, 페이지뷰 6000만회의 기록을 가진 그 의 컴백 을 네티즌들은  ‘왕의 귀환’이라며 반기고 있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 7편 가운데 세 편이 영화,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나머지 작품들 모두 영화·드라마화 논의가 진행중일 정도로 ‘강풀 표 이야기’는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새 작품 작업에 한창인 그를 23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누룩미디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이웃사람’ 연재를 마친 지난 겨울보다 많이 건강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해 ‘이웃사람’의 연재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업데이트가 몇 차례 지연되기도 했다. ‘이웃사람’을 마치고 지난 여덟 달은 오롯하게 자신만을 위해 보냈다.

 “하루 20시간씩 앉아서 작업만 하다 보니 건강이 상할 대로 상했어요. 연재가 끝나고는 말 그대로 놀았죠. 아내와 여행도 다니고요.”

 하지만 완전한 휴식기간은 아니었다. 지난 5월, 그는 양영순, 박철권, 윤태호 작가와 함께 만화 콘텐츠 매니지먼트사 ‘누룩미디어’를 만들었다. 술을 익히고 부풀리는 누룩처럼 만화 콘텐츠를 제대로 포장하고 잘 부풀려보자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만화에 더 전념하려고 만든 회사”라는 그의 소개처럼 누룩미디어에서는 이들 작가들의 작품 판권 등 산업적인 부분을 관리해준다.

 틈틈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그는 추모 웹툰으로 네티즌들과 아픔을 나누기도 했다. 


불사신 vs 시간능력자의 대결 다룬 호러만화 '어게인'


 하지만 가장 큰 시간을 할애한 것은 역시 새 작품 준비. 그가 지난 석 달 동안 매달려 이제 내놓을 ‘어게인(Again)’은 공포물로 그의 ‘미스테리심리썰렁물’(이하 미심썰)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이다.

 “불사신, 죽지 않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가 스토리를 만들어내게 됐어요. 이번엔 시간을 거슬러서 계속 사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래서 제목도 ‘어게인(again)’이라 붙였고요. 시간을 거스른 자들과 이들을 저지할 수 있는 시간 능력자 간의 대결구도가 될 겁니다. 지금까지 제 작품 중 가장 스케일이 크고 강한 액션을 선보일 것 같아요.”



◇강풀의 8번째 작품 '어게인'의 포스터. 내달 6일부터 연재를 시작한다. 

    <누룩미디어 제공>


 전작 ‘타이밍’처럼 시간능력자를 다뤘다는 점에서 준비단계에서는 ‘타이밍 2’로 불렀다. 하지만 공개를 앞둔 지금, ‘타이밍’의 꼬리표는 떼어버렸다. 전작의 인물들이 나오긴 하지만 비중이 줄어들고 주인공도 새로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 주인공은 같다. 그의 미심썰 시리즈에서 모두 등장했던 양형식 형사. 그는 형사이면서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하늘로 돌려보내는 저승사자이기도 하다.

 “전 완벽한 영웅 캐릭터는 좋아하지 않아요. 능력이 있지만 결점도 있고 아픔도 있는 ‘반쪽 히어로’를 좋아하는데 양 형사가 딱 맞는 캐릭터죠. 전부터 양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구상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 애정을 갖고 키워봤어요. 양형식 형사의 고등학교 시절을 다룬 프리퀄 공포만화도 생각중이에요. 형사가 되기 전엔 어떤 사람이었고 무슨 계기로 저승사자가 됐는지 그려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제 ‘미심썰’시리즈에는 양형사가 계속 나올 겁니다.”

 ‘누들누드’로 유명한 양영순 작가와 이야기하다가 구상하게 됐다는 이번 작품을 그는 “현실감 있는 ‘구라’”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주제를 모르고 스케일만 키우지 않으려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괜히 판을 넓혔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전례를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사람’에 더 중점을 뒀다. 사람의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판이 넓어지는 것을 조심하겠단다. 


"어떤 초능력도 사랑과 믿음 뛰어넘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싶다"


 그의 만화에는 악인이 없다. 그가 만들어낸 인물 중 오롯한 악인은 ‘26년’의 전직 대통령과 ‘이웃사람’의 연쇄살인범 정도. 이를 제외하면 모두들 나름의 이유와 아픔을 갖고 있고 결국은 다른 사람을 통해 아픔을 치유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 역시 자신의 아픔을 돌아보고 치유받는다. 그의 만화가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다. 

 “이번 작품 역시 ‘사람이야기’, 성선설이죠. 시간능력이든, 사람을 죽이는 능력이든 시간능력이든 결국은 사랑과 믿음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얘길 하고 싶어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다른 사람을 통해 치료받고,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아팠던 사람들이 위안을 받는 내용이 될 겁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빠른 진행을 위해 대사를 줄이고 그림을 늘렸다. 연재 분량도 전작의 두배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탄탄한 이야기’는 지금도 그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작업의 8할을 스토리에 쏟는다. 만화가로선 결격사유”라고 웃었다. 10회 분까지 완성하고서도 다음 편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엎어버리길 수차례. 그래도 “내가 읽어도 재미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쓴단다.

 지금까지 작품 중에서 가장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대사를 줄이고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그에게 ‘어게인’은 그 자체로 새로운 도전이다. 이를 위해 새로 작업실을 옮겨 집에서 출퇴근하며 일하고 있단다. 처음으로 팀도 구성했다. 그를 포함해 세 명, 단출한 구성이지만 작업이 분담되는 만큼 스토리에도 더 신경 쓰고 연재 기한도 잘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월요일에 출근해 자신의 만화를 보고 즐겁게 한 주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매번 월·목 연재를 고수한다는 강풀. 그는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작품도 곧 그리게 될 것 같다”면서도 “이번 작품은 재미를 위한 상업작품인 만큼 특별한 해석 없이 재밌게 즐겨만 달라”고 당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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