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현대건설 협력업체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한수원이 2007년 3월 발주한 8006억원짜리 신고리원전 3·4호기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이후 3호기의 터빈 건물과 본관 건물의 구조물 공사 등 100억원(추정액) 규모의 핵심공사를 적법 절차를 거쳐 서울에 있는 ㈜N사에 76억원(이하 부가세 별도)에 하도급을 줬다.
그러나 N사는 지난해 12월 소액의 일부 공정을 뺀 주요 공정 대부분을 전문건설업 면허가 없는 부산의 B기술에 공사비를 대폭 깎아 45억원에 불법 하도급을 줬다. N사가 하도급을 넘긴 공사는 터빈·본관 건물의 철골공사 등 원전의 핵심시설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재하도급을 주려면 발주자의 서면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N사는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더구나 B기술은 이 공사를 지난 3월 부산에 있는 ㈜H비계에 4억원을 낮춘 41억원에 다시 하도급을 줬고, H비계는 같은 달 6억원을 낮춘 35억원에 경북에 소재한 S산업에 재차 하도급을 주는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터빈건물 공사 등 원전의 핵심공사가 현대건설→㈜N→B기술→㈜H비계→S산업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가 약 100억원에서 30억원대로 대폭 떨어졌고 무자격 부실업체가 공사에 참여함으로써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는 소지를 안게 됐다.
덤핑 불법 하도급이 거듭됨으로써 초정밀시공이 요구되는 원전 핵심 건축물 공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재하도급을 받은 B기술과 H비계, S산업은 정규 직원이 거의 없어 필요할 때 일용 노무자를 고용해 공사를 하는 무자격 부실업체로 알려져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고의 또는 과실로 부실시공을 할 경우 국토해양부 장관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고, 불법 하도급을 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특히 주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이 같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하도급을 준 N사가 재하도급에 대해 보고하지 않아 알 수 없었다”며 “승인받지 않은 재하도급은 불법이기 때문에 조사를 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2007년 9월 착공한 신고리원전 3·4호기는 현재 공정률 35%를 보이고 있으며, 내년 10월 말쯤 완공, 시험운전을 거쳐 2013년 초에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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