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환 대법관 발언에 ‘시끌시끌’=20일 법원 내에서는 “이번 사태는 5차 사법파동”이라며 사실상 소장판사들 손을 들어준 박 대법관 발언이 새로운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는 어느 한쪽 주장에 동조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이미 신 대법관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서버린 상황이다. 2차, 3차, 4차 사법파동에 발을 담근 그의 발언 자체가 상황을 ‘5차 사법파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 대법관과 신 대법관은 1953년생 동갑내기에 서울대 법대 72학번 동기지만 서로 극명하게 갈린 길을 걸어왔다. 박 대법관이 기존 질서와 관행을 깨뜨리는 데 앞장섰다면, 신 대법관은 법원 조직을 안정시키는 일을 해 왔다. 박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3년 당시 최종영 대법원장의 대법관 인선에 반기를 들고 사표를 던져 4차 사법파동을 주도했다. 공교롭게 신 대법관은 최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신 대법관을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양측 모두에서 박 대법관 발언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이번 사태는 보·혁갈등도, 세대갈등도 아닌 재판 독립에 관한 문제인데 이념논쟁의 장처럼 비쳐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로 사태가 수렴되는 분위기에서 박 대법관 발언은 의도야 어찌됐든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중견·고위법관 갈등 표면화되나=그동안 의견표명을 꺼리던 지방법원 부장급 법관과 고법 부장급 이상 고위법관도 박 대법관 발언을 계기로 조금씩 말문을 열면서 심상치 않은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소장판사들 위주로 논의되던 이번 사태에 중견·고위 법관이 가세하면서 분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도 “신 대법관이 자리에 있는 동안 짊어질 굴레와 낙인은 생각보다 무겁다. 문제는 그것이 신 대법관만의 짐이 아니라는 데 있다”면서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다른 부장판사들은 각 법원 회의를 통해 사법부가 살아 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소득인 만큼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자제하고 사법부 내부개혁에 충실하자고 당부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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