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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의 '인간명물' 개미조각가 김관철씨

입력 : 2008-12-25 19:55:05 수정 : 2008-12-25 19: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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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입을 빌어 환경의 가치를 고함
◇전남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에 폐교를 리모델링한 체험학습장 ‘개미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개미조각가 김관철씨.
“곤충 세계를 작품으로 만들어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전남 화순의 볼거리에 ‘인간 명물’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개미조각가 김관철(46)씨다.

흑단이나 박달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 개미를 거의 실물에 가까운 크기로 조각해 놓은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난다. 15년 전 한 잡지에서 일본 사람이 3∼4cm 크기의 작은 개미를 조각한 것을 보고 반해,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세계적인 개미 조각가로 우뚝 섰다.

일본 작가의 경우 몸통만 나무로 만들고 더듬이와 다리는 철사를 사용하는데 비해, 김씨는 다리의 관절 마디는 물론 머리카락 4가닥 굵기의 더듬이까지 정교하게 나무로 깎아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개미 조각을 오래 하다 보니, 눈이 살짝 튀어나온 것이 얼굴까지 개미를 닮아버렸다. 인터뷰 중 개미를 가리켜 자꾸 “이 사람들이”라며 인간처럼 취급했다. 이쯤 되면, 그의 ‘환경보호 메시지’에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김씨는 지난 7월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에 체험학습장인 ‘개미마을’을 열었다. 후원자 조용오씨와 함께 2층 폐교를 리모델링해 꾸민 개미마을은 그대로 동심의 세계를 보여준다. 교문을 들어서면 운동장 중앙에 어린이 키만한 개미 5마리가 울긋불긋한 옷을 차려 입고, 기다란 장대를 어깨에 메고 가는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교정 곳곳에는 개미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숲속 나무 위에는 딱따구리도 있다. 모두 김씨가 나무로 조각한 것이다. 아이들이 나무 아래에서 줄을 잡아당기면 딱따구리는 부리로 “딱 딱 딱 딱” 나무기둥을 쫀다. 이렇게 커다란 기쁨을 주는 대자연을 아이들이 어떻게 훼손할 수 있을까. 올해 처음으로 조각교실을 운영해보니 ‘인기 짱’이었다고 한다.

2층에 마련된 전시장을 보는 순간, 화들짝 놀랐다. 지금까지 보아온 개미는 개미도 아니었다. 거기에는 거의 실물 크기의 개미들이 진열장 안에서 그들만의 취미 생활에 푹 빠져 있었다. 바둑 두는 개미, 무당벌레와 맞짱뜨려는 개미, 줄타기하는 어름사니 개미, 뱃놀이하는 개미 등 전시장은 별천지였다.

이른바 ‘숲속 곤충나라 대연주회’ 무대인 전시장 중앙의 진열장은 압권이었다. 10마리의 베짱이가 온갖 악기로 연주를 하고 있고, 무대 아래에는 120마리의 개미가 입추의 여지 없이 빼곡하게 들어 서서 손뼉을 치며 환호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김씨가 거인처럼 느껴졌다. 그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남도 주최 ‘숲가꾸기 산물 목공예품 전시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1회 때 출품작이 바로 ‘숲속 곤충나라 대연주회’였고, 2회 때 작품은 동물을 사용한 방향제 조각이었다.

“내년에는 개미 ‘고싸움 놀이’를 재현해 볼 계획입니다.”

학교 뒤편의 작업장에 가보니, 이미 개미들이 짊어질 2개의 고는 깎아 놓았다. 고는 끈으로 감아도 되련만 칼로 깎아 마치 새끼줄을 동여맨 것처럼 보였다. 개미 300마리가 두 패로 갈려 소리를 지르며 고싸움 하는 장면이 벌써 눈에 선하다.

개미마을에는 조각 실습장과 황토와 편백만을 사용한 찜질방도 조성해 놓았고, 인근의 물놀이 체험장, 황토 체험장, 오지호 미술관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061)373-6678

화순=글·사진 정성수 선임기자 hul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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