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화권 경제는 2조달러에 가까운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방패막이로 ‘그나마 안전한 곳’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바뀌고 있다.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탄탄한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던 중화권 경제에 금이 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농민공 1000만명 실업사태=중국 도시지역에서 생활하는 농민공은 약 2억1000만명에 달한다. 중국 인구의 15%에 이르는 규모다. 농민공은 돈을 벌기 위해 도시지역으로 이주한 농민으로, 값싼 이들의 노동력은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떠받들어왔다.
홍콩의 ‘문회보’(文匯報)와 ‘명보’(明報)에 따르면 이들 농민공 가운데 이미 약 100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신문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는 하루 9만∼13만명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며“저장(浙江)성에서도 500만명의 농민공 가운데 약 1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중국경제주간’은 “중국 제조업체가 문을 닫는 상황에서 과잉 노동력으로 인한 제3차 실업사태가 닥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실업률은 등록된 실업자만을 따지면 지난 9월 현재 4.0%. 실제 실업률은 7∼10%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홍콩을 강타하는 실업 공포=홍콩의 실업률은 지난 9월 3.6%였다. 그러나 홍콩에는 최근 외자기업발 실업 공포가 덮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은 지난주 마카오의 카지노 개발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1만1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들 중 약 4000명은 홍콩인이다. 나머지 5000명은 중국 내지, 2000명은 마카오 사람이다. 샌즈그룹은 마카오 카지노의 큰손으로, 9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는 모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의 실업자 수는 9월 현재 12만9100명. 갑자기 4000명의 실업자가 쏟아진 결과, 홍콩 실업률은 9월 3.6%에서 3.71%로 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실업사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는 14일 홍콩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마이너스 0.5%를 기록,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고 밝혔다.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중국 남부 주장(珠江)삼각주에 진출한 홍콩기업 가운데 약 1만7000개가 올 연말까지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일이 현실화되면 중국 남부와 홍콩의 실업 충격은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호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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