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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오르는 10년전 '악몽'…서민들 살림은 벌써 'IMF체제'

입력 : 2008-10-24 22:01:47 수정 : 2008-10-24 22: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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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000선 무너지던 날… 곳곳 환란 그림자
휴폐업 속출 경기침체로 휴·폐업 업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서 한 시민이 폐업정리 현수막을 내건 화장품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전신 인턴기자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으로 금융시장의 혼돈이 이어지면서 10여년 전 외환위기의 악몽이 다시 우리 사회를 엄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서민들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서둘러 씀씀이를 대폭 줄이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나섰다.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진 24일 경기 부천의 한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나온 주부 김정윤(36·여)씨는 “아침에 남편과 과일, 음료수 등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며 “보통 일주일에 10만원 정도는 장보는 데 쓰지만 아이들 먹는 거 빼고는 최대한 줄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혼인 회사원 정모(32)씨는 “오늘 회사 선배들과 외환위기 때 살림살이 이야기를 하며 하루종일 우울해 했다”며 “나도 이렇게만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당장 케이블 TV와 인터넷부터 끊을 작정인데 얼마나 보탬이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짠돌이카페’에는 이날 1만여명이 방문했고 100여명은 새 회원으로 가입했다. ‘한 달에 15만원 쓰는 가계부’나 ‘신세대 짠순이가 공개한 생활 속 절약 비법’ 등의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본격적인 불황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하는데 하루라도 더 빨리 배우고 실천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형마트 L사 관계자는 “올 초에만 해도 매출 고신장을 기록했는데 9월 들어 처음 역신장 현상이 나타났다”며 “전년 대비 전 점포가 마이너스 성장했고 고객 숫자와 매출 모두 줄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외환위기 당시 실물경제가 붕괴하며 대량 해고사태를 겪은 40∼50대 가장들은 더욱 마음이 편치 않은 모습이다. 이미 펀드와 주식으로 3500만원가량 손해를 본 김모(41)씨는 “주식시장이 살아나기는커녕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는데 장기적인 경기불황까지 고민해야 하니 막막한 심정”이라며 “회사까지 흔들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룰 정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기불황의 여파는 로또 판매량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나눔로또 301회부터 305회까지 판매액은 회차당 평균 441억441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5억4225만원 보다 3.8%(16억원)나 증가했다. 끝을 알 수 없는 경제혼란 속에 서민들이 로또 당첨의 희망이라도 갖겠다며 몰려든 것이다.

이날 서울 종로의 한 편의점에서 1만원어치 로또를 구입한 장모(29·회사원)씨는 “부동산을 살 수 있는 목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펀드나 주식 등을 통해 재테크할 만한 시장 상황도 아니지 않느냐”며 “당장 할 수 있는 건 담뱃값을 아껴 매주 로또나 사는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무엇보다 불황의 상징 격인 노숙인 숫자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노숙인은 지난해 7월 3014명에서 올해 초 2800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지난 9월에는 2929명으로 증가하며 3000명을 넘어설 태세다.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한 단체 관계자는 “노숙자 증가보다 취약계층 인구의 무료급식 이용이 증가했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며 “노숙자의 가장 큰 적은 추위인데 겨울이 다가와도 제대로 된 지원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재홍·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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