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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이 정말 필요한 이유는 맞춤법 시정?

입력 : 2007-02-01 17:11:00 수정 : 2007-02-01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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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부치다''를 ''붙이다''로 잘못 표기한 사례 여럿 있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 이후 찬반 양론이 뜨겁다. 노 대통령은 개헌의 명분으로 ‘대통령·국회의원 임기의 일치’를 들었지만 사실 개헌이 꼭 필요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현행 헌법에 맞춤법이 틀린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돼있다. 또 130조 2항은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표현. 맞춤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붙인다’ 대신 당연히 ‘부치다’로 써야 함을 잘 알 것이다. ‘붙이다’란 기본적으로 접착시킨다는 뜻이고 사용 범위가 확장되는 경우에도 ‘싸움을 붙이다’ ‘이름을 붙이다’ 정도로만 쓰인다. 두 단어의 의미와 용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부치다 [자동사] 힘이 모자라다. [타동사] ①부채 같은 것을 흔들어서 바람을 일으키다. ②논밭을 다루어 농사를 짓다. ③번철에 빈대떡·전·저냐 등을 익혀서 만들다. ④남을 시켜서 편지나 물건을 보내다. ⑤다른 장소·기회에 넘겨 맡기다. 회부하다. *인쇄에 부치다. 공판에 부치다. ⑥어떤 대우를 하기로 하다. *불문에 부치다. ⑦몸이나 식사를 어떤 곳에 의탁하다. *삼촌집에 숙식을 부치고 있다.
◇ 붙이다 ①서로 맞닿아서 떨어지지 않게 하다. ②교합시키다. ③불을 다른 곳으로 붙게 하다. ④딸리게 하다. ⑤노름·싸움 등을 어울리게 하다. ⑥마음에 당기게 하다. ⑦손바닥으로 때리다. ⑧이름을 지어 달다.

‘붙이다’가 잘못 쓰인 곳은 또 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에 관한 헌법 53조4항의 “(…)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란 부분이 그것. 회의에 안건을 올린다는 뜻으로 쓸 때도 ‘붙이다’가 아닌 ‘부치다’가 맞다.
맞춤법 말고 문법도 문제가 된다. 헌법 전문의 “(…)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이란 구절이나 “(…)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9조), “(…)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해야 (…)”(123조) 등은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이란 지적이 많다. 각각 ‘전통으로 빛나는’ ‘창달을 위해 노력하여야’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등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10여년 전에 현직 판사조차 시정을 촉구한 내용이다. 김용호(49·사법시험 21회· 위 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1996년 한 법원 관련 소식지에 기고한 글에서 헌법에 쓰인 한글 문장의 문제점을 따진 뒤 “정권욕을 채우려는 헌법 개정은 자주도 하건만 맞춤법에 따른 개정은 왜 아니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은 바 있다. 요즘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부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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