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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나빠서… 울컥해서…' 무차별 묻지마범죄 활개

입력 : 2011-10-12 15:55:30 수정 : 2011-10-12 15: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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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아무런 동기 없이 벌어지는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시민들을 불안케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의 이유는 단순하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빠서, 울컥해서, 한번 해보고 싶어서 등이다. 이같은 이유로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생명을 빼앗아 간다.

평범한 시민이 퇴근길이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살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일 출근길 지하철 7호선 전동차 안. 이날도 어김없이 전동차안은 평소 다르지 않았다. 출근길 피곤해 지쳐 쪽잠을 자는 사람, 신문이나 책을 읽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 등 평소 출근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의 정적은 이렇게 깨졌다. 장승배기역에서 신대방삼거리역으로 향하던 전동차안은 순간 공포로 휩싸였다. 임모(51)씨가 갑자기 승객 이모(62)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이씨는 허벅지 등에 상해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씨의 난동을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다른 승객들은 물론 신고를 받고 달려온 신대방삼거리 역장 김모(51)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 역시 무릎에 상처를 입었다.

임씨는 금천구의 한 병원에서 췌장파열로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던 도중 지난 4일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뚜렷한 범행 동기가 없는 묻지마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오후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박남규(11·삼계초4)군 등 2명은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50대가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입었다. 흉기에 머리를 크게 다친 박군은 현재 부산대학병원에서 혈종 제거와 두개골 인공뼈 복원수술을 받아 의식을 회복했다.

묻지마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2010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우발적' '현실불만' 등이 이유인 묻지마 살인 사건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05년 363건(전체 살인사건의 37%)에서 2008년 532건(53%), 2009년 656건(54%)으로 증가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묻지마 범죄는 정신이상자에게서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정신이상자는 1879명으로 조사됐다. 2009년의 1984건보다 줄어들었지만 2008년의 1841건보다는 다소 늘어났다. 매년 약 2000명에 육박하는 정신이상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집계된 정신이상자 범죄자는 1500명이다. 지난해 정신이상자들이 저지른 범죄를 유형별로 보면 폭력범이 558명으로 가장 많았고 절도범 286명, 지능범 141명 등 순이었다.

같은 기간 살인과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각각 30명, 17명, 47명, 43명으로 집계됐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은 "정신질환 범죄는 우발적인 '묻지마' 범죄로 매우 심각하다"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재범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1일에는 5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박모(28)씨가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창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달 22일 새벽 4시30분께 창원시 중앙동 김모(55)씨의 집에 들어가 김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그는 과대망상에 의한 정신분열증세를 앓고 있었다. 박씨는 어머니가 메모해 둔 지인의 집 주소지를 찾아가 아무런 이유없이 김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현재 정신분열증세로 인근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신 감정을 한 뒤 신병을 처리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서로가 믿고 의지하며 돕고 배려하는 공동체로서의 기능이 회복돼야 한다고 했다.

경찰대학교 표창원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처지비관, 열등감, 좌절감, 절망감 등 개인적 요인과 경제적 어려움, 이성관계 실패와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 그리고 실직, 경멸의 말이나 눈빛, 채무의 압박과 같은 촉발요인 등에 의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 처지비관, 사회불만자에 대한 상담, 치료, 교육 등 지원 프로그램과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배려심이 묻지마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외 학생들에 대한 지원 교육 정책, 가정 폭력과 학대에 대한 사회적 개입 및 지원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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