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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여섯 번째 고개숙인 MB

입력 : 2012-07-25 09:09:25 수정 : 2012-07-25 0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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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과 담화… '죽은 뒤 일 멈추겠다' 死而後已 언급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친인척·측근 비리와 관련해 4분간 두 차례 머리를 숙이면서 한 말에는 한탄과 회한의 감정이 짙게 배어났다. 이 대통령은 직접 손으로 쓴 담화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동안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사과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사과 담화를 발표한 것은 민심 이반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여론조사 결과, 이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18%에 불과했다. 임기 중 최저치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자임했으나, 이 대통령 스스로 ‘용서받지 못할 비리’로 규정한 저축은행 비리에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 이어 ‘문고리 권력’을 쥐었던 최측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마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친인척·측근 비리와 관련해 친필로 작성한 사과문을 읽어내려가고 있다.
남제현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처리 파동,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국정조사, 내곡동 대통령 사저 부지 의혹 특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털어낼 것은 한번 털고 가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러야 이 전 부의장 기소시점인 27일, 아니면 다음달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던 대국민 사과 일정이 대폭 당겨진 셈이다.

청와대 최금락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이) 하루 하루 굉장히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답답한 심정을 느끼고 있지 않았겠느냐”며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국민에게 빨리 심정을 전해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 카드’를 꺼내든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고삐를 죄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이후이(死而後已)’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삼국지에서 촉(蜀)나라의 유비 사후 제갈량은 강국 위(魏)나라 공격에 나서면서 주군이자 유비의 아들인 유선에게 올리는 출사표에서 “신은 다만 엎드려 몸을 돌보지 않고 죽을 때까지 애쓸 뿐(臣鞠躬盡力 死而後已·신국궁진력 사이후이)”이라고 진충보국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 대목을 차용한 것은 친인척·측근 비리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사과 요구에 응한 만큼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 대선 경선이 본격화하면서 힘의 균형이 ‘미래권력’으로 쏠리고, 주요 국정 현안을 둘러싼 당청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당청 차별화 차원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 카드가 여전히 거론된다.

이날 담화 발표는 참모진도 몰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오후 1시15분쯤 최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오후 2시쯤 춘추관에 가겠다”고 말한 뒤 급박하게 준비됐다. 담화 내용이나 사이후이와 같은 표현도 참모진과 상의 없이 이 대통령 스스로 정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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