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 성적 낙제점

공직자의 토착비리 근절과 폐쇄적인 인사관행 타파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 간 ‘직위지정 방식 인사교류’가 삐걱거리고 있다. 난맥상은 지난 1년간의 성적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자체장들은 물론이고 지방공무원들이 이 인사시스템에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교류 실적은 계획치의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낙제 점수다.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 요란하게 대책을 강구하지만 강한 추진의지 없이 말만 앞세워 결국 지지부진하게 하는 우리 공공기관의 병폐가 재연되는 분위기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9개월 동안 기초지자체 간 혹은 광역·기초지자체 간 직위지정 방식의 인사교류 실적은 433명으로 교류계획(1126명)의 38.5%에 불과했다.
직위별로는 4급인 부단체장·국장(시·군·구)이나 과장(시·도)이 25.3%(24명)로 가장 낮았고, 5급인 과장 혹은 담당은 27.3%(99명), 6급인 담당은 46.3%(310명)로 고위직일수록 인사교류를 더 꺼렸다.
경남과 부산, 인천, 대전, 울산 등 5개 시·도에서는 단 한 명도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등 15개 시·도(제주 제외) 중 10곳의 교류실적은 0∼19%를 보였다. 계획치를 100% 달성한 시·도는 한 곳도 없었다. 충북이 94%(64명)로 가장 높았고, 서울(86%·203명)과 경북(67%·50명)이 뒤를 이었다. 일부 기초지자체장들은 타 지자체로 인재 유출을 우려하고, 공무원들은 주거·자녀교육 문제나 인사 불이익 등을 걱정해 직위지정 방식의 인사교류를 외면하는 것으로 행안부는 분석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단체장들은 여러 목적에서 자기 사람을 보내기 싫어하고, 공무원들은 ‘물 좋은 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 요인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행안부는 법령을 개정해 지정방식 교류를 확대할 수 있게 하고, 실적이 나쁜 지자체에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위지정 방식 인사교류란?
지자체별로 세무, 건설, 토목, 감사 등 장기간 근무로 비리 개연성이 있거나 쇄신이 필요한 부서의 4∼6급이 맡고 있는 국장이나 과장 등의 직위를 20% 범위 내에서 ‘교류직위’로 지정해 다른 지자체와 상호교류(2년 원칙) 후 원래 지자체로 복귀하는 제도다.
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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