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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유람선 탑승 신혼부부 "물과 과자로 버텨"

입력 : 2012-01-16 20:25:40 수정 : 2012-01-16 20: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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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저녁(현지시간) 이탈리아 토스카나 인근 해상에서 좌초한 대형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에 갇혀있던 한국인 신혼부부는 기울어진 선실 복도에서 과자 몇 조각과 물 두세 모금으로 버티다 30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밝혔다.

29살 동갑내기인 한기덕 정혜진씨 부부는 로마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가진 인터뷰에서 "객실에 물이 차오르면서 복도로 빠져나와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고 구명조끼에 달린 호루라기를 불며 구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한씨 부부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가 잠깐 잠이 드는 바람에 사고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한씨는 "잠에서 깨어보니 배가 기울어 있었다"며 "복도로 빠져나갔지만 경사가 너무 심해 복도 끝까지 미끄러져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매서운 겨울 바다의 바람을 견디기 위해 각자 입은 구명조끼 위에 여벌로 주운 구명조끼 1개를 번갈아가며 입었다.

한씨는 "배가 기울어진 뒤 물이 더이상 차오르지 않아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며 "여기서 빠져나가면 배려하면서 잘 살자는 얘기를 하면서 서로를 격려했다"고 말했다.

외부와 차단된 두 사람은 객실에 있던 약간의 과자와 물로 30시간을 견뎌냈다.

부인 정씨는 "배 안에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완전히 깜깜해서 객실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고 밤낮을 구별했다"며 "오래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쿠키 한두 조각과 물 딱 두 모금만 먹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사고 발생 30시간 만인 15일 0시30분께 구조대가 한씨 부부를 발견했고, 1시간30분에 걸친 출입문 해체 작업끝에 구출해냈다.

정씨는 "구조대가 우리를 발견했을 때 너무 반가워서 짧은 영어로 `thank you coming'이라고 인사했다"며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고 구출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정씨는 사고로 망친 신혼여행을 다시 가고 싶지만 "크루즈는 가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각각 물리와 수학을 가르치는 부부교사인 두 사람은 지난 7일 결혼해 유럽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다 사고 유람선에 탑승했고, 한국 국적의 승객 34명 중에서 마지막으로 구출됐다.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고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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