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동갑내기인 한기덕 정혜진씨 부부는 로마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가진 인터뷰에서 "객실에 물이 차오르면서 복도로 빠져나와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고 구명조끼에 달린 호루라기를 불며 구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한씨 부부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가 잠깐 잠이 드는 바람에 사고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두 사람은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매서운 겨울 바다의 바람을 견디기 위해 각자 입은 구명조끼 위에 여벌로 주운 구명조끼 1개를 번갈아가며 입었다.
한씨는 "배가 기울어진 뒤 물이 더이상 차오르지 않아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며 "여기서 빠져나가면 배려하면서 잘 살자는 얘기를 하면서 서로를 격려했다"고 말했다.
외부와 차단된 두 사람은 객실에 있던 약간의 과자와 물로 30시간을 견뎌냈다.
부인 정씨는 "배 안에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완전히 깜깜해서 객실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고 밤낮을 구별했다"며 "오래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쿠키 한두 조각과 물 딱 두 모금만 먹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사고 발생 30시간 만인 15일 0시30분께 구조대가 한씨 부부를 발견했고, 1시간30분에 걸친 출입문 해체 작업끝에 구출해냈다.
정씨는 사고로 망친 신혼여행을 다시 가고 싶지만 "크루즈는 가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각각 물리와 수학을 가르치는 부부교사인 두 사람은 지난 7일 결혼해 유럽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다 사고 유람선에 탑승했고, 한국 국적의 승객 34명 중에서 마지막으로 구출됐다.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고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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