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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구속 거센 후폭풍… '표현의 자유' 논쟁 폭발

입력 : 2009-01-12 10:04:06 수정 : 2009-01-12 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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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학계·법조계까지 찬반논란 가세
유명 논객들 "내 글도 혹시" 삭제 잇따라
구속영장 발부 판사에 사이버테러 조짐도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로 지목된 박모(31)씨의 구속을 둘러싸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뜨겁다. 구속의 당위성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범위와 제한을 둘러싼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신원을 공개하는 등 사이버 테러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유명 논객이 속속 활동을 접는 등 ‘위축 효과’도 확연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자 입장을 떠나 이번 사건을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거센 네티즌 반발… 담당 판사에 사이버 테러=11일 미네르바 구속을 놓고 인터넷에서는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과 함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는 구속에 반대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려졌고 일부 네티즌은 자기 대화명을 ‘미네르바’로 바꾼 채 ‘나를 잡아가라’는 글을 올렸다.

네티즌 ‘아고라CSI’는 한 사이트에 “10일은 미네르바라는 네티즌 한 명이 구속된 날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심대한 타격을 입은 날”이라고 적었다.

대화명을 ‘미네르바’로 쓴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정부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며 “이제 나도 미네르바니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거냐”고 꼬집었다.

일부 네티즌은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판사의 신상 정보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올리고 악성 댓글을 다는 등의 방식으로 사이버 테러를 가하고 있다.

담당 판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도 적잖아 ‘마녀사냥식’ 네티즌 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비판글이 끊이지 않았다. 가수 조영남씨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미네르바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소식에 해당 프로그램이 네티즌의 집중 포화를 맞기도 했다.

미네르바 구속이 근거 없는 글을 남발하던 사이버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많다. 네티즌 ‘peter_peter’는 “미네르바는 각종 유언비어를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하며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왜곡했다”며 “단순 유언비어로 치부하기에 피해가 너무나 커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학계, 법조계까지 논란에 가세=미네르바 구속에 대한 정치권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 가운데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언론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인터넷의 익명성 폐해와 책임 의식 결여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모두 제기됐다.

학계나 전문가들은 앞으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지나치게 엄격한 법 적용은 결과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생산적인 토론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실정법을 위반했더라도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활발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익명성을 전제로 발전해 온 인터넷 문화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면서 “미네르바 글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책임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박씨의 행위가 구속까지 해야 할 사안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공익을 해친 행위인 만큼 구속이 옳다는 의견과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을 어겼더라도 불구속 재판 원칙에 따라 영장을 기각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한 인사는 “발부나 기각, 어떤 선택에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사안 같다. 엄청난 법률 논쟁과 토론을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 글도 문제될라”, 문제성 글 삭제하기도=인터넷에서 거침없이 자기 주장을 내세우던 일부 인터넷 논객이 글을 지우는 등 ‘몸 사리기’에 나섰다. 법적 책임을 물어 언론 행위를 잠재우는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서 인기를 끈 논객 ‘필립피셔’란 네티즌은 아고라에 올렸던 경제 관련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블로그 역시 문을 닫았다. ‘여자 미네르바’라는 별칭까지 얻은 ‘그럴수만있다면’이라는 네티즌도 눈과 귀와 입을 손으로 가린 세 마리 원숭이의 상(像)이 담긴 사진 등을 담은 게시글을 남긴 채 활동을 접었다. 자신을 경제학 교수라고 밝힌 ‘readme’도 지난 9일 작성한 ‘나는 알고 있다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것을…’ 등 2개의 글을 남긴 채 이전 글을 모두 지웠다.

아이디 ‘좋은 세상’이란 블로거는 “그동안 쓴 내 블로그 글을 다시 확인하고 정치적인 글 중 대부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미네르바 등 유명 논객의 글을 블로그나 카페 등으로 퍼오던 일부 네티즌도 관련 글을 지우고 있다.

이귀전·이태영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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