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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강덕찬 육군본부 공보과장이 강원도 철원 육군 GP 내무반에서 발생한 수류탄 폭발 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수류탄은 내무반으로 들여갈 수 없다는 점에서 단순 사고일 가능성은 낮다. 군 수류탄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 관련자 문책이 잇따를 전망이다.
◆한밤중에 터진 수류탄=23일 오전 1시50분쯤 강원 철원군 동송읍 육군 모 사단 예하 GP 내무
반에서 수류탄 1발이 터져 이모(21) 이병과 허모(21) 병장 등 5명이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이병은 수류탄 폭발로 머리와 목뼈 등에 파편상을 입고 의식을 잃어 서울의 모 병원으로 옮겨졌다. 허 병장 등 4명은 우측 가슴과 이마, 손가락, 좌측 머리, 우측 허벅지 등이 찢어지는 열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당시 내무반에는 병사 22명이 자고 있었지만, 수류탄이 출입문 부근에서 터져 왼쪽 침상에 있던 이모 이병 등 5명만 피해를 봤다. GP 근무는 3개팀이 교대근무하는데, 자던 병사들은 전날 오후 근무를 마친 병사와 이날 오전 근무를 나가는 병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수류탄이 내무반 바닥에서 터져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수류탄 파편이 45도 각도로 위쪽으로 튀기 때문에 병사들이 눕지 않고 서 있었다면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터진 KG14 경량화 세열수류탄은 무게 260g으로 폭발할 때 살상력을 높이도록 초미니 쇠구슬 1000여개가 들어있고, 쇠구슬은 10∼15m 거리에서 1㎜ 두께 철판을 뚫을 정도의 위력이 있다.

파악에 주력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일
각에서는 안전핀을 뽑지 않으면 수류탄이 터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단순 사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거나 집단 괴롭힘이나 군내 문제로 일부러 터뜨렸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내무반원 22명 중 출입구 앞쪽 침상에서 자던 5명만 다친 점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2005년 연천 사건은 ‘왕따’를 당한 병사가 부대원에게 보복하기 위해 수류탄을 터뜨리고 총격을 가했다.
육군은 그러나 사고 원인을 놓고 신중한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사고 원인에 대한 과도한 추론은 원인 규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류탄 관리 문제점 노출=GP 근무병들은 경계근무에 나서기 전 실탄 75발과 수류탄 1발을
GP지휘통제소에서 받아 근무지로 나간다. 이때 지급되는 수류탄에는 근무자의 이름표가 붙는다.
경계근무를 마친 병사들은 지급받은 실탄과 수류탄을 GP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납해 지휘통제소에 보관한다. 따라서 내무반으로 실탄과 수류탄을 들여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은 반출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폭발한 수류탄이 어느 병사 것인지 등을 집중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수류탄이 누구 것이었는지를 추정은 하지만 아직 확증할 수는 없다”며 “당시 근무한 GP 대원들을 상대로 진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본부는 한민구(중장)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각 참모부장 등이 참여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 GP 탄약고와 병력 관리 등의 실태 점검에 나섰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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