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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참사 후 7년만에 또…’ 은평소방서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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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8-21 11:12:18 수정 : 2008-08-21 1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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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전 동료들을 떠나보낸 아픔을 또 다시….’

 20일 서울 대조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가 숨진 소방관들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의 소방관서와 소방공무원 가족들이 비통에 잠겼다. 이날 순직한 소방관들이 속한 은평소방서의 전신은 지난 2001년 ‘홍제동 화재참사’로 소방관 6명이 목숨을 잃은 서부소방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975년 2월 문을 연 서부소방서는 30년 넘게 존속하면서 서대문구·은평구를 관할하다가 2006년 1월 지금의 ‘은평소방서’로 개칭됐다. 서부소방서 시절 발생한 가장 큰 사고가 바로 ‘홍제동 참사’. 고(故) 박동규·김기석·장석찬·박상옥·김철홍·박준우 등 6인의 소방관이 2001년 3월4일 홍제1동의 한 가정집에서 불을 끄던 중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매몰돼 숨진 사고다.

 당시 그들은 ‘불길 속에 아직 남아있을지 모를 누군가’를 구하러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진입했다. 구출할 대상이 실제론 거기에 없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 컸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층의 조문이 이어졌고, 일반 시민들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현재 은평소방서에는 이들 6인의 ‘소방영웅’을 기리는 추모비(위 사진)가 설치돼 있다.

 그로부터 7년 뒤 같은 은평소방서의 후배들이 묵묵히 선배의 뒤를 따랐다. 고(故) 조기현(45) 소방장, 김규재(41) 소방장, 그리고 변재우(34) 소방사는 모두 은평소방서 산하 녹번119안전센터 소속이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뒤 건물 내부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가며 불을 끄던 중 갑자기 구조물 일부가 내려 앉으면서 변을 당했다.

 사고를 보도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해당 기사엔 네티즌의 추모글이 이어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들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같은 문구들 속에서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제게 주소서”란 구절로 시작되는 미국 시(詩) ‘소방관의 기도’도 눈에 띈다.

 이로써 올 들어 화재진압이나 구조·구급 업무 도중 숨진 소방관은 5명으로 늘었다. 지난 2월에는 경기도 일산소방서 조동환 소방위가 화재을 진압하다가, 7월엔 경기도 광주소방서 최영환 소방장이 인명을 구조하다가 각각 목숨을 잃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올해 6월30일 현재 공상(업무와 관련한 부상)을 입은 소방관만 무려 135명에 이른다.

 소방관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7명이 순직하고 약 311명이 부상을 당했다.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이 지난 3월24일부터 5회에 걸쳐 보도한‘탐사기획-소방관이 쓰러진다’에 따르면 현직 소방관 3028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무려 절반이 “격무와 스트레스 때문에 자주 이직을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특별기획취재팀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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