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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 3차 사업 수주전 … 3개 업체 경영진에 듣는다

입력 : 2011-05-16 13:21:52 수정 : 2011-05-16 13: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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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세계 군 관계자들의 이목이 중국 쓰촨성 청두에 집중됐다. 베일에 가려졌던 중국의 신형 5세대 전투기 ‘J-20’이 첫 비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는 ‘스텔스 쇼크’로 이어졌다. 우리 정부와 공군도 5세대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위한 차기 전투기(FX) 3차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FX 3차 사업에는 F-35를 내세운 미국 록히드마틴과 F-15SE로 F-15K의 영광을 이어가겠다는 미 보잉, 개량된 유로파이터 타이푼으로 FX 1차 사업 탈락을 설욕하려는 유럽의 카시디안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언론 처음으로 이들 3개 업체 경영진과 인터뷰해 FX 3차 사업에 임하는 마케팅 전략을 들어봤다.

랜디 하워드 록히드마틴 이사
“스텔스 기능 F-35 한반도 당연히 필요”

“F-35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 고등훈련기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랜디 하워드(사진) 록히드마틴 F-35 한국사업개발담당 이사는 한국 공군의 FX 3차 사업에서 미 공군의 T-50 도입과 자사의 F-35 판매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의 관심을 끌 만한 FX 3차 사업 마케팅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미 공군은 F-35 1700여대를 획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노후화된 훈련기를 도태시키고 신형 훈련기 300∼500대를 구매할 예정인데 T-50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는 “한국이 F-35를 도입하면 미 공군과 작전수행 상호운용성을 보장할 수 있는 데다 세계에서 3000대 이상 판매될 F-35 기종의 부품지원과 효율적인 수리·유지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한·미 공군 간 공조 효과를 거론했다.

그는 이어 경쟁 기종에 대해 “이들이 4세대 전투기인 반면 F-35는 F-22 랩터와 같은 5세대 전투기”라면서 “미국과 8개 파트너 국가가 500억달러를 투자해 전방위·전범위 스텔스 성능을 구현한 F-35는 다목적 작전수행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반도는 전장의 종심이 짧은 데다 방공망이 조밀한 북한의 핵심 목표를 타격하려면 당연히 스텔스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말로 들렸다.

하워드 이사는 한국 입장에서는 지금이 F-35를 도입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F-35의 개발완료 일정과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하는 대량생산체계는 한국의 FX 3차 사업과 이상적으로 맞춰져 있다”면서 “2016년이면 미국과 파트너 국가에 이양되는 F-35는 연간 100대에 달하고 2020년에는 그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장능력의 한계와 개발 지연 문제에다 가격 또한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여 미 공군이 인수를 거부하는 것은 F-35가 풀어야 할 난제로 남아 있다.

하워드 베리 보잉 부사장
“F-15 실전배치 검증 가격 싸고 무장 탁월”

최근 서울을 방문한 보잉사의 하워드 베리(사진) 부사장은 한반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한국의 FX 3차 사업 기종으로 자사의 F-15SE가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리 부사장은 “한국은 실전에서 증명된 차기 전투기가 절실한 상황인데, F-15는 그동안 미 공군 등에 배치돼 검증됐다”면서 “경쟁 기종들은 아직 완벽하지 않은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쟁 기종들도 장점이 있지만 우리가 가격이나 성능면에서 최고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F-15SE의 장점으로는 전략적 유연성과 다기능성을 꼽았다. 그는 “F-15SE는 작전을 마치고 귀환해 빠른 시간 내에 완전히 다른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F-15SE의 속도와 비행고도 역시 경쟁기종이 갖지 못한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F-15SE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탁월한 무장 능력이 돋보이지만 스텔스 기능에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걸림돌이다. 게다가 방위사업청이 FX 3차 사업을 위해 록히드마틴과 F-35 구매 협상을 벌일 때 T-50과 절충교역(offset)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대응전략을 묻자 베리 부사장은 “너무 민감한 문제라 말하기 곤란하다. 그것을 밝혀버리면 FX 3차 협상은 물론 내 자리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웃어넘겼다.

최근 취임해 FX 3차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그는 앞으로의 협상 전략에 대해 “고객의 요구를 분명히 파악하는 게 협상에서 가장 필요한 경쟁력”이라며 “한국 정부는 물론 군 실무자들을 자주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에 대형무기 판매를 거의 휩쓸다시피 한 보잉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성공시대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한국은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통해 세계 항공우주방위산업 시장에 뛰어들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게르베르트 카시디안 CEO
“유로파이터 선정땐 항공우주산업 발전”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들고 한국의 FX 3차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카시디안의 최고경영자(CEO) 베른하르트 게르베르트(사진)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가 FX 3차 사업에 접근하는 방식은 한국에 가장 현대적인 전투기를 판매하려는 것일 뿐 아니라 미래의 유로파이터 개발 프로그램 파트너십까지 추가적으로 제공하려는 것”이라면서 “이는 한국이 유럽 4개국의 혁신적인 항공우주방위산업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향후 유로파이터 개선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은 외국 방산업체 무기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관련 비용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2002년 한국 공군의 FX 1차 사업 때 미 보잉사의 F-15K,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과 함께 3파전을 벌였던 기종의 개량형이다. 당시 공군시험평가단은 유로파이터를 선호했으나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탈락했다. 하지만 최근 리비아 사태에서 정부군 방공망 파괴에 혁혁한 전과를 거두며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게르베르트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최근 실전에서 공대공, 공대지 작전능력을 훌륭히 수행했다”면서 “타이푼은 독일,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6개국 공군에 260대가 실전배치됐고 현재 700대 이상 선주문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한국 공군의 FX 3차 사업 요구조건을 만족시킬 유일한 플랫폼”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방위사업청의 T-50 고등훈련기와 록히드마틴의 F-35 절충교역 시도와 관련해서는 “들은 바 없지만 한국 공군과 방사청이 공정하게 사업자 선정을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만 밝혔다.

박병진·안석호 기자 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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