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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신문활용교육)] ‘외국인 혐오 범죄’ 어제오늘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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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14 21:24:18 수정 : 2010-03-14 21: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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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한해 평균 100여명 외국인 피살
대러시아주의·백인우월주의 기치
갈수록 계획적 조직적… 국제 공조 필요
외국인 혐오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러시아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인 유학생이 또 피습을 당해 대책이 시급하다. 주러 모스크바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7일 오후 5시쯤 모스크바시 유고자파드나야의 상가 건물 앞에서 모스크바 국립 영화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심모(29)씨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려 한때 중태에 빠졌다. 심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4시간여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외교 당국자는 심씨가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6년 전 모스크바에 유학 간 심씨는 노래방에서 나오다 변을 당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심씨는 동료들과 헤어져 걸어가던 중 흰 가면을 쓴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당했으며, 이 괴한은 곧바로 달아났다. 이 지역은 지난주에도 외국인 한 명이 현지 청년들에게 살해되는 등 외국인 대상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현지 경찰은 범행수법으로 미뤄 극우민족주의자인 스킨헤드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러시아에 교환학생으로 갔던 한국인 대학생 강모(22)씨가 지난달 15일 극동 알타이주 바르나울시에서 현지 청년 3명에게 흉기 등으로 집단 폭행을 당해 숨졌다.

세계일보 3월 8일자 기사

◇‘러시아의 의지’라는 이름의 인종혐오단체가 ‘인종성전’을 촉구하며 나치 깃발을 든 채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러시아에서 최근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에 극동 알타이주 바르나울시에서 교환학생으로 갔던 우리 대학생에 대한 폭행치사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 7일에 유학생이 또 피습을 당했다.

연이어 한국인에 대한 외국인 혐오범죄(hate crimes)가 발생하자 우리 정부는 긴급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 및 지방정부에 대해서도 범죄 예방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시급히 요청했다. 동시에 각종 언론과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를 통해 러시아에 현재 체류 중이거나 여행할 계획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유학생 심모씨에 대한 범죄에 대해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했다. 국내 언론에서도 국민 불안을 우려하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우리 대학생이 현지 청년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숨진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탓이다.

과거에도 한국인에 대한 러시아 극우단체 청년들의 혐오범죄가 간혹 발생해 왔다. 2007년 2월에 있었던 이모씨에 대한 집단폭행 치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우 리 정부와 국민은 이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이를 그저 우발적으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 정도로만 간주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번 피습을 통해 우리 정부와 국민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런 일이 러시아를 비롯한 외국에서 빈번히 발생하리라는 점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국내에 자주 보도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러시아에서는 한해 평균 100여명의 외국인들이 ‘스킨헤드’(Skin head)와 같은 극우민족주의자 또는 인종혐오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경제난 사회불안 틈타 확산

부상당하는 외국인의 수는 더 많다. 문제는 이 같은 혐오범죄가 갈수록 조직적·계획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이들은 주로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온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했으나 지금은 특정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증오범죄 수준으로 발전했다.

김진규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연구원
러시아에서 이처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장기적인 경제적 침체를 핵심요인으로 꼽는다. 1991년에 옛 소련이 해체된 뒤 러시아는 중간에 잠깐 상승세였던 적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제상황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그 때문에 국민의 불만이 누적됐고 이런 불만이 외국인들을 향해 분출됐다는 분석이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대략 10% 내외의 러시아 국민이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혐오범죄를 경제적 문제보다는 이념적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정한 이념을 표방하는 단체 소속 청년들에 의해 범죄가 행해진다는 점을 봤을 때 이념적 요인이 크다는 것이다. 스킨헤드와 같은 극우민족주의자나 인종혐오주의자들이 경기(景氣)의 좋고 나쁘고보다는 ‘대러시아주의’와 ‘백인우월주의’ 같은 왜곡된 이념을 자기 정체성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입장을 지지한다.

‘역혐오 범죄’ 발생할 가능성

범죄가 발생한 장소가 러시아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러시아 정부에게 범죄자 색출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하고 체류하거나 여행을 계획 중인 국민들에게는 경보 단계를 올리는 정도가 사실상 전부다.

그렇지만 이제는 혐오범죄를 단순히 러시아의 국내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정국가에서 한국인이 계속적으로 범죄의 대상이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그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역(逆)혐오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혐오범죄’가 이념적 성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속적이고 조직화할 가능성도 크다.

혐오범죄자와 관련 단체에 대해 국가 간 활발한 정보 공유와 긴밀한 국제적 공동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김진규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연구원

■생각해 볼 문제

1. 러시아에서 외국인 혐오범죄가 빈발하는 이유를 설명하시오.

2. 혐오범죄 발생 시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3. 외국인 혐오범죄에 대한 국제적 공동 대응이 필요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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