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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국민을 위해"… 관가 특권의식 '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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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31 20:10:22 수정 : 2009-08-31 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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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낙하산 인사 등 정치권 통제 벗어나
국가 전략국·각료위·행정쇄신위 신설키로
“메이지 이래 계속되고 있는 관료주도의 정치, 관료의존 정치의 폐해를 종식하고 국민과 함께 정책을 만드는 역사상 최초의 정권을 만들고 싶습니다.”(하토야마 민주당 대표, 29일 총선 마지막 유세)

54년 만의 여야 정권교체를 맞아 일본의 관가(가스미가세키)에 ‘개혁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정권교체’와 함께 제일 전면에 내세운 공약이 ‘관료정치의 타파’였기 때문이다.

자민당의 지배체제가 반세기 이상 계속되면서 굳어진 관료주도의 정책 결정 시스템과 관료 특권을 뿌리째 뜯어고치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도 없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일본의 관료집단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근대화와 고도경제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세습과 파벌, 정경유착의 달콤한 ‘권력놀음’에 빠져 있던 자민당 의원들은 국가성장 전략과 정책, 예산 결정의 전과정에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관료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정치인 각료는 취임사부터 이임사까지 관료들이 써준 메모를 읽는 게 주업무였다. 각료는 잠시 왔다 가는 ‘손님’일 뿐 일본사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관료집단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료집단의 힘은 1990년대 이후 일본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치권의 통제를 벗어난 관료집단은 연공서열과 복지부동, 로비 그리고 퇴임 후 ‘신의 직장’을 보장해 주는 ‘낙하산 인사(아마쿠다리)’까지 누리며 특권을 키워 갔다. 막대한 예산과 정책을 다루지만 이들에 대한 감시나 견제는 턱없이 소홀했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우선 정책과 예산 결정 시스템을 관료주도에서 정치주도로 바꿀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가전략국’과 ‘각료위원회’, ‘행정쇄신위원회’를 신설한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선거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국가전략국 담당상은 국가의 기본방향과 예산 기본 틀을 짜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총리실 산하에 신설될 국가전략국은 그동안 관료들에게 맡겨졌던 예산의 골격뿐 아니라 외교의 기본방침, 인사 등을 총괄하게 된다. 국회의원과 경제, 외교 등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최고 국정운영기구로 기능할 전망이다. 또 ‘각료위원회’는 각 부처 각료들이 정책과제별로 각료회의 전에 사전협의와 조율을 하는 장이 된다.

지금까지는 각료들이 정책을 조율하지 않고 사무차관 회의가 정책을 좌우했다. 사무차관은 관료가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이다. 민주당은 이런 사무차관회의를 폐지하고 이를 각료위원회로 대신함으로써 관료의 힘을 약화시킬 계획이다. 행정쇄신회의는 낙하산 인사와 예산낭비에 대한 감시를 맡게 된다.

그러나 관료사회 개혁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과거에도 몇몇 정권이 관료사회를 수술하려다가 번번이 중도포기했다. 개혁의 상징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조차 국책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려다가 관료사회의 반발로 보류한 바 있다. 벌써부터 관가는 초긴장 상태이다. 관료들 사이에서는 “중앙 정부를 해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야마구치(山口)현립대 국제문화학부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조교수는 “(민주당 개혁의 성공 관건은) 정치주도로 관료내각제를 타파하고 진정한 의원내각제를 만들어 나가면서 정부와 여당 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시킬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진 특파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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