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닷컴] "올해 연예계 관련 기사 읽으면서 '故'라는 한자가 너무 많이 보였어요. 11월도 무사히 지나고 이제는 여기서 끝냈으면 좋겠네요"
지난 11월말 기자를 만난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같은 말은 전했다. 올해 지병으로 혹은 자살로, 사고로 끊임없이 거의 매달 연예계에서 사망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왔기 때문에 이같은 이 관계자의 말은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도 씁쓸했다. 게다가 '故 000'로 시작되는 기사에 추모의 글만 써야하지만, 올해는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망자를 가운데 두고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살아남은 자'들의 싸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故 000'라는 시작되는 기사가 11월 말에 끝나길 바랬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후 이틀 뒤 남성보컬그룹 엠스트리트의 멤버 이서현이 녹음실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되어 '故'라는 글자를 결국 써야했고, 다시 14일 뒤 배우 겸 연출가인 박광정이 폐암으로 숨져 '故'라는 안타까운 글자를 다시한번 기사에 올려야 했다.
연예계 '자살 경계령'까지
올해 연예계 비보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연이은 자살 소식이다. 故 최진실, 故 안재환, 故 장채원, 故 김지후, 故 이서현 등이 자살로 사망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故 최진실의 경우에는 대형 사채설 등 악성 루머가 직간접적인 이유로 밝혀지면서 '최진실법'까지 거론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다. 또한 사망 이후에도 전 남편 조성민과 유가족 사이에 친권 및 양육권 분쟁까지 벌어져 사회에 또한번의 논란을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이는 조성민이 모든 권리는 유가족에게 넘겨주면서 일단락됐다. 또 앞서 9월 8일 자신의 차량에서 연탄가스로 자살한 故 안재환의 경우, 연예인 사채논란과 더불어 유가족과 고인의 부인인 개그우먼 정선희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연예계에서는 연예인들 스스로 '자살방지 모임'을 만들거나, 소속 연예인에 대한 악성 루머에 강력하게 대처하는 한편 '자살 경계령'까지 거론되면서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높혔다.
사건·사고…뜻하지 않음 죽음
지난 1월말 그룹 산울림의 멤버이자 김창환의 막내동생인 故 김창익이 캐나다에서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가요 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국내도 아닌 타국에서 생을 마감한 고인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창환에 대해서도 팬들은 아낌없는 사랑을 보냈다.
그러나 4월 2일 그룹 거북이의 멤버 터틀맨 (본명 임성훈)이 38세의 나이로 급성 심근경색으로 생을 마감하자 가요계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나다를까 같은달 4월 23일 먼데이키즈 멤버 故 김민수가 앨범 활동 재개를 한지 얼마되지 않아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고, 8월 21일 모델 출신 탤런트로 '커피프린스1호점'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故 이언 (본명 박상민)이 드라마 '최강칠우' 종방연 이후 오토바이를 타고 외출하다가 서울 한남동 고가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사망하자 연예계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11월 괴담 없앴는데…"
연예계에선 흉흉하게 나돌던 '11월 괴담'. 연예인들의 결별소식이나 뒤늦은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자살' 등의 소식은 들리지 않아서 올해는 무사히 지난다고 관계자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故 이서현의 자살과 15일 밤 10시 폐암으로 사망한 故 박광정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은 연예계 괴담이 11월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연중 늘 관심을 갖고 긴장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주로 배우들이 소속되어 있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2008년을 거치면서 아마 내년에는 연예계 관계자들이 소속 연예인들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전에 계약서 이야기가 나오면서 소속 연예인들의 위치를 항상 파악하는 것에 대해 말들이 많았지만, 이같은 소식들을 전해들으면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아마 개인의 건강이나 심리 상담까지도 적극적으로 해야될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왼쪽부터 故 최진실, 故 안재환, 故 이언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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