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인원’ 진술 번복 여진 계속
홍장원 ‘체포 명단’ 최상목 ‘쪽지’도
尹측과 진술 엇갈려 진실공방 양상
11일 7차 변론엔 이상민 출석 주목
선관위 사무총장 증언도 관심 모여
한덕수 증인 추가시 변론기일 늘듯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5부 능선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6차례 열린 탄핵심판 변론에서 청구인인 국회 측과 피청구인 윤 대통령 측은 증인 7명을 상대로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의 계엄군 투입,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명단 의혹 등 쟁점과 관련해 신문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나 증인들이 그간 수사기관·국회 등에서 한 진술과 배치되는 증언이 나오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발언이다. 검찰 등 조사 단계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국회 본관에서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진술한 곽 전 사령관은 헌재 심판정에서도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가, 정형식 재판관 추궁에 자신이 들은 표현은 ‘인원’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4차 변론에서 증언대에 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의 대상은) 의원이 아닌 ‘요원’이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말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당일 변론에서 여러 차례 인원이라는 표현을 쓰는 모습이 포착돼 야당이 비판하자 윤 대통령 측은 9일 “왜곡”이라며 “대통령이 진술한 의미는 지시대명사로 이 인원, 저 인원이란 표현을 안 쓴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5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체포 명단 메모도 논란이 됐다.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전화로 듣고 받아 적었다는 메모다. 홍 전 차장은 정 재판관이 거듭 의문을 표하자 “합리적이지 않은 건 인정한다”면서도 자신이 ‘진실’을 말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계엄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등 관련 쪽지’도 윤 대통령 측 주장과 배치된다. 김 전 장관은 이 쪽지를 자신이 작성해 국무위원들에게 건넸다고 했으나, 최 권한대행과 조 장관은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게 받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해당 쪽지에 대해 “준 적 없다”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 “형사소송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라 할지라도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데, 헌재는 조사 당시 변호사가 참여했다는 이유로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며 “정작 증인신문에서 진술이 번복되고 새롭게 진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리인단은 전날에는 헌재가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하고 반대신문 사항을 하루 전 미리 제출해 상대방에게 노출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허위 증언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짬짜미”라고 반발했다.

헌재 변론은 일단 두 차례 남았다. 11일 열리는 7차 변론에서는 오전 10시30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오후 2시부터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90분 간격으로 증언대에 선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해 온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8차 변론에선 오전 10시30분 조태용 국정원장과 오후 2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오후 3시30분 조지호 경찰청장, 오후 5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증인으로 나선다.
헌재가 변론 종결 여부를 밝히지 않은 만큼 다음 변론에서 추가 기일을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중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경민 방첩사 참모장(사령관 직무대리)의 채택·기각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재판부가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거나로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증인을 직권으 채택할 경우 변론기일이 1, 2회 더 지정될 수 있다. 변론 절차가 마무리되면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거쳐 선고를 내린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땐 변론 종결부터 선고까지 2주가량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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